[WCC 부산총회] “한국 교회 영성과 잠재력 세계에 보여준 사건”… 국내 참가자들 총회 평가

입력 2013-11-08 19:08 수정 2013-11-08 23:15


8일 폐막한 WCC 부산총회는 한국교회에 열매와 과제를 동시에 안겨준 값진 경험으로 기억될 만하다. 세계 기독교 2000년 역사 속에서 교회가 세워진지 130년 밖에 되지 않는 나라가 140여 개국 2800여명의 크리스천 리더들을 초청한 것 자체가 세계 교회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지난 열흘 동안 부산총회 현장을 지켜본 참가자들의 총평을 들어봤다.

부산총회를 포함해 모두 5차례 WCC 총회에 참가한 박경서(74)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는 “한국교회의 영성과 잠재력을 세계 교회에 보여준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총회 개막식과 더불어 한국교회 및 도라산·임진각 등을 방문한 외국인 참가자들은 한국교회의 역사와 영성, 평화를 향한 열망을 온 몸으로 체험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라고 박 전 대사는 전했다.

부산총회는 한국교회가 손님을 섬기는 본을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안내와 통역, 숙박과 관광에 이르기까지 서울 및 부산 지역 교회들과 자원봉사자들은 헌신적으로 참가자들을 섬겼다. WCC 중앙위 전 의장인 월터 알트만 목사가 “한국교회의 환대가 놀라웠다”며 극찬할 정도였다.

총회는 내용면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세계YMCA연맹 대표로 총회의 전 회무에 참석한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은 “개막 및 폐막 예배와 기도회, 성경공부, 주제발표와 마당 등 각각의 프로그램이 전체 주제에 맞도록 짜임새 있게 준비됐고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WCC 창립 65년 이래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여성 회장(장상 목사)이 선출된 점은 한국교회의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세계교회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한 것도 큰 성과다.

하지만 좀더 깊게 들여다보면 부산 총회는 한국교회의 한계와 과제를 깨닫게 해준 반면교사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간 소통과 조율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WCC 간사 및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총무를 지낸 박상증(83) 목사는 “이전 총회와 비교할 때 WCC 본부 측과 주최국(한국교회)간, 아울러 주최국 교회 내부에서 소통이 잘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2명이었던 한국교회의 WCC 중앙위원 몫이 1명으로 축소되는 등 한국교회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점이 그 예다.

국내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진영의 세대교체도 시급한 과제임을 재확인했다. 총회 전체적으로 세계교회 청년 리더들의 역할이 두드러졌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WCC 한국준비위 준비대회장 박종화 목사는 “이제 다음 세대를 위한 관심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한국교회는 청년 지도자들이 세계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세대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한 교회가 이번 총회를 함께 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채혜원 한국에큐메니컬포럼 사무국장은 “평화열차가 북한을 통과하지 못하고 북한의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기독교행사인데도 대통령이 불참한 것도 한국교회에 서운함으로 남았다.

주최측이 WCC 반대 세력을 아우르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벡스코 주변에서 이어진 WCC 반대시위 및 집회는 한국교회의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WCC 반대 측은 폐막예배 난입과 확성기를 동원한 시위 등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하지만 4년여 준비기간 주최 측의 대화와 설득 노력이 충분치 못했다는 지적 또한 찬반 양측 모두에서 제기되고 있다.

WCC 반대 측에서 제기해왔던 동성애 및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지 못한 점, 북한인권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관련 성명서에 담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재찬 기자,부산=신상목 백상현 최승욱 기자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