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 다양성 속의 일치… 예배·기도회 통해 하나로

입력 2013-11-08 19:08


7일 오전 부산 벡스코 WCC 총회의 아침기도회. 시작을 알리는 징이 울리자 영어로 기도문이 낭독됐다. “이제부터 영원토록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두 팔에 장애를 가진 루터교 목회자가 독일어로 권면의 말씀을 전했다. 참석자들은 국적과 언어, 교단과 교파는 달랐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서 하나가 됐다.

매일 오전 열리는 기도회와 성경공부는 하루의 시작이었고 저녁 예배는 하루의 마감이었다. 110개국 349개 교단과 교파에서 온 4000여 참석자들은 다양한 교파가 주관하는 기도회와 예배를 체험하며 ‘글로벌 기독교’를 실감했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소속인 존 랭글로이스 박사는 “이번 예배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나라와 족속과 방언에서 능히 셀 수 없는 무리’(7:9)를 방불케 했다”며 “예배를 드리면서 다양성 속의 일치를 느꼈다”고 밝혔다. WCC 예배위원회는 이번 기도회를 위해 ‘공기도 안내서’를 발간, 여행이라는 주제로 순례의 길을 떠나는 그리스도인을 표현했다. 저녁예배에는 한국교회의 통성기도 등이 소개돼 전 세계인이 한국교회의 전통적 기도방식을 체험했다.

WCC 총회의 회무진행은 배려와 존중, 경청의 자세가 두드러졌다. WCC는 한국교회처럼 공개적인 거수투표나 “‘가’하면 ‘예’하시오” 하는 형태의 일방적 투표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총회대의원들은 각각 주황색(찬성)과 파랑색(반대) 카드를 사용해 개인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했으며, 의장은 카드 색깔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며 안건 통과 여부를 결정했다.

이같은 진행으로 신학이나 신앙, 이념 등이 상이한 문제에서도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 ‘합의제(Consensus)’를 적용,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측은 회의록이나 보고서 마지막에 자신의 의사를 기록할 수 있게 했다. 찬성이 95% 미만인 안건은 기각됐다. 따라서 한국교회나 정교회 등이 반대하는 동성애나 종교다원주의 이슈는 사실상 채택이 불가능했다.

대의원 구성도 여성 37%, 청년 13%, 평신도 30% 등이어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었다.

부산=신상목 백상현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