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뚫린 포항 ‘세계적 미항’을 꿈꾸다] 물길 열렸다 생명이 흐른다
입력 2013-11-09 04:00
경북 포항시가지를 가로지르는 형산강과 동빈내항의 끊겼던 물길이 다시 합쳐졌다. 포항시가 죽어가는 도심을 살리기 위해 2006년부터 추진해 온 도심재생 프로젝트 ‘포항운하건설’이 마침내 결실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제 곧 운하를 따라 크루즈와 관광유람선이 운행되고 주변에 수변공원을 비롯해 비즈니스호텔, 레포츠 시설, 전망대, 인도교 등이 자리 잡는다. 운하는 생명이 흐르고 문화가 넘치는 포항의 랜드마크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포항운하는 형산강 입구에서 포항 도심에 위치한 송도교 인근 동빈내항까지 1.3㎞ 구간에 물길을 뚫어 폭 15∼26m, 수심 1.74m로 운하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지난 2일 통수식을 가졌으며 현재 공정률은 90%로 내년 1월 완공된다.
포항운하는 죽은 형산강의 물길을 되살리고 해양관광도시 포항의 신기원을 여는 도심재생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특히 포항운하의 주요 구간인 동빈내항은 신라시대부터 ‘포항의 자궁’ 역할을 해 온 역사적인 공간이다. 신라초기에는 문물 왕래의 주 관문이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수산업전진기지로 경북 전역의 경제를 좌지우지한 중심지였다.
또 근대화의 상징인 포스코 건설의 밑거름이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공간인 동빈내항이 생명의 물길로 재탄생, 포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게 된다.
◇천혜의 항구였던 물길, 한때는 수산업 전진기지로=포항운하의 물길이 이어지는 동빈내항은 현재 구항(舊港)이라 불리는 포항항을 가리킨다.
포항항은 역사적으로 볼 때 지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이었다. 신라초기부터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고 영일만 안쪽 깊숙이 자리 잡아 천혜의 항구였다. 이 때문에 신라천년 도읍을 지탱해주는 문물교류의 주 관문이었다.
1731년에는 영일현 북면 포항리에 공물의 입·출납을 관장했던 포항창(浦項倉)이 설치되면서 크게 번성했다. 당시 부산과 북한의 원산항을 잇는 동해안 최대의 항구였다.
1831년에는 포항창이 포항창진(浦項倉鎭)으로 승격되면서 동빈내항을 중심으로 한 포항항은 어업뿐만 아니라 물자교역의 중심항구로서 포항의 자궁역할을 해왔다.
포항이 근대도시로 발돋움하게 된 계기는 동빈내항을 중심으로 한 포항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일합병과 동시에 근대어업기술이 들어오면서 포항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1917년 지방항으로 지정된 후 포항항(동빈내항)은 수산업 전진기지로 명성을 떨쳤다.
일제강점기 시절, 영일만은 경북 수산업의 3분의 1을 담당했고 일제의 자본주의 경영을 통한 선진 어업기술이 들어오면서 지역경제의 중심축이었다.
◇근대화 상징 포스코의 밑거름이 되다=광복 이후 포항항은 잠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일제가 패망하면서 근대어선들이 일본으로 환수됐기 때문이다. 이후 6·25전쟁 때는 군사전략상 요충지로서 군사항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1962년 6월에는 포항시민의 오랜 숙원이었던 포항항이 국제개항장으로 지정되면서 포항이 국제적인 항구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1967년에는 포스코 기공식과 함께 실질적인 국제항으로 도약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포항항만으로는 포스코를 지원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의 포항항은 구항으로 불리고 현재의 포항 신항이 건설됐다. 이후 구항은 어선이 정박하고 일반적인 공산품만을 공급하는 항으로 기능이 축소된다.
특히 인근에 포항제철소가 들어서고 주변 도심이 개발되면서 1974년 결국 1.3㎞ 길이의 형산강 지류 물길이 완전히 막혀버렸다. 포철의 성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물길이 끊기고 바닷물이 동빈내항에 갇혀 버리면서 사람들이 살기 힘든 슬럼가로 급속히 쇠퇴해 갔다.
◇생명의 물길로 재탄생하다=포항운하는 2006년 취임한 박승호 포항시장이 주도했다. 그는 지역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물길 복원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취임 이후 총 사업비 1600억원을 투입해 형산강 입구에서 포항 도심에 위치한 송도교 인근 동빈내항까지 운하를 건설하는 대역사에 들어갔다.
포항운하가 완공되면 40여 년간 동빈내항에 갇혀 썩고 있는 생활폐수가 사라지고 푸른 물이 넘실거리게 된다. 또 포항운하 건설사업으로 수변공원을 비롯한 친수 공간 조성과 함께 비즈니스호텔과 테마파크와 같은 각종 레포츠 시설도 들어선다.
이를 계기로 포항시는 전국 최고의 해양환경도시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포항운하에서 형산강에 이르는 6.6㎞ 구간에 20t급 46인승 크루즈 1척과 16인승 관광유람선 4대가 상시 운항한다.
포항시는 포항운하 건설로 미래의 포항이 호주 시드니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이탈리아 나폴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미항으로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관광포항의 꿈을 이루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 건설에 나섰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막았던 물길을 딸 박근혜 대통령이 생명의 물길로 되돌려 주는 상징성도 가지고 있다.
포항=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