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끈 이란 핵협상, 타결 기대감 ‘솔솔’

입력 2013-11-08 18:34

이란 핵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협상이 급류를 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 이란 간의 2차 핵 협상이 스위스에서 8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10년을 끌어온 협상이 전환점을 맞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관리는 7일(현지시간) 존 케리 국무장관이 6개 강대국(P5+1) 협상팀을 이끌고 있는 캐서린 애쉬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초대를 받아 8일 제네바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의 제네바행은 예정에 없는 것으로 합의가 임박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무함마드 자비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8일 저녁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에 양측이 합의나 ‘이해(understanding)’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측이 제시한 틀은 핵개발을 축소하는 대가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게 핵심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미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 장기적인 협상 타결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이란이 6개월가량 핵개발 활동을 포기하며, 이에 상응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이라고 보도했다. 그 6개월 동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제재는 다시 재개된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7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핵 협상 진전에 맞춰 대이란 제재를 일부 완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제재 완화가 이뤄지더라도 핵심 제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제한적이고도 가역적인 것이며 ‘금융적 성격에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이 석유 수출금지 같은 핵심 제재는 유지하면서 국외 금융자산 동결이나 금·석유화학제품 거래 같은 부차적 조처는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전면적인 핵 폐기를 위한 ‘1차 단계’지만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의미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네바에서 ‘1차 합의’가 성사돼도 갈 길은 멀다. 미국의 경우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 등 의회 내 강경파가 ‘이란을 믿을 수 없다’며 이란 제재 완화에 부정적이다. 이란의 주적인 이스라엘은 제재 완화가 핵무기 개발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없앤다면서 협상을 반대하고 있다.

핵개발을 주권으로 고집하는 이란 내 강경파를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설득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혁명수비대(IRGC) 등이 P5+1 합의내용에 어깃장을 놓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

이란이 얼마나 핵을 포기할지도 주요 관심사다. 실제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원자력기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에도 쓰일 수 있는 20% 농축 우라늄의 생산 중단이 없었다고 단언해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20% 농축 우라늄을 핵발전 연료라고 해명하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이 우라늄의 비축량이 너무 많아 이를 핵무기 재료로 빼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