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으로 헤어진 캐나다 형제 60년만의 상봉 …아버지 전사하자 입양돼

입력 2013-11-08 18:25 수정 2013-11-08 22:25


“아버지의 이름이 여기 있구나.”

8일 앙드레 브리즈브아(64)씨와 레오 드메이(60)씨는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에서 아버지를 포함해 6·25전쟁 당시 전사한 캐나다 용사들의 이름이 적힌 명비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두 사람은 1952년 9월 5일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 355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앙드레 레짐발드씨의 아들이지만, 서로 만난 것은 처음이다. 60년 만에 이뤄진 만남이다.

이복형제인 두 사람은 아버지가 전사하자 각각 다른 집에 입양됐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태어난 드메이씨는 생후 13일 만에 입양돼 형이 있는지 몰랐고 브리즈브아씨 역시 동생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캐나다 현지 언론 ‘오타와 시티즌’이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실은 기사를 통해서다. 오타와 시티즌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국제교류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드메이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캐나다에 살고 있던 드메이씨는 2006년 생모로부터 생부가 6·25전쟁에 참가했다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수소문 끝에 아버지가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것을 알게 된 그는 그해 9월 한국을 방문한 뒤 캐나다 생활을 정리하고 2007년 부산에 정착했다. 드메이씨의 사연과 아버지의 사진을 본 브리즈브아씨는 그가 동생임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이메일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사연을 알게 된 국가보훈처가 ‘6·25전쟁 참전 영연방 4개국 전사자 유족 방한 행사’에 두 사람을 초청해 이번 만남이 이뤄졌다. 브리즈브아씨는 “아버지가 6·25전쟁 때 전사하신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는 놀랐다”고 말했다. 드메이씨도 “60세가 된 해에 이메일을 받았는데 나에게 형이 있다는 내용이어서 충격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형과 자주 만날 것”이라며 형의 손을 꼭 잡았다. 이들은 오는 11일 유엔기념공원에서 개최되는 추모식에 참석하고 12일에는 판문점 등 분단 현장을 견학한다. 드메이씨는 유엔기념공원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6·25전쟁 이야기가 담긴 책 ‘워 리플(War Ripple·전쟁의 파문)’을 11일 발간할 예정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