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9년동안 라면 가격 담합 1100억대 과징금은 정당”

입력 2013-11-08 18:22

9년 동안 라면 가격을 담합한 업체들에 부과된 1100억원대의 과징금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부장판사 이강원)는 8일 농심과 오뚜기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등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라면업체들이 2001년 5월부터 6차례에 걸쳐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올렸고, 주력품목은 원 단위까지 가격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라면 관련 회사 모임인 이른바 ‘면류사’ 모임에서 구체적이고 상세한 가격 정보를 교환한 것을 볼 때 담합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농심과 오뚜기는 재판에서 “교환한 가격은 시장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라며 “원재료 가격이 올라 독자적으로 가격을 인상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격이 구매에 중요한 요인인 라면 시장 특성상 담합을 통해 가격을 올려야 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4개 업체 간부들은 지난 2001년 3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라면협의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라면 가격 인상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들 업체는 같은 해 5∼7월에 걸쳐 주력품목 가격을 322원으로 똑같이 올렸다. 가격인상은 2008년까지 6번에 걸쳐 진행됐고, 그때마다 가격 정보를 전화, 이메일로 교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해 지난해 3월 농심에 1080억원, 오뚜기에 98억원, 한국야쿠르트에 63억여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한 삼양식품은 과징금을 면제받았다. 농심과 오뚜기는 대법원에 상고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내용의 소송을 진행 중인 한국야쿠르트는 다음달 4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