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中企 112곳 구조조정”… 58곳은 퇴출시키기로

입력 2013-11-08 18:01


올해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 숫자가 112곳으로 결정됐다. 퇴출 대상이 58곳, 워크아웃(재무구조개선) 절차를 밟게 될 기업이 54곳이다.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이 100곳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거셌던 2010년(121곳) 이후 3년 만이다.

은행권은 2800억원에 육박하는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은 지원하겠지만, ‘살릴 수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경기침체 직격탄, 중소기업에=올해 진행된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는 ‘구조조정 후보’부터가 예년보다 많았다. 8일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신용공여합계액(대출금액)이 50억∼500억원인 중소기업 중 재무구조가 취약하다고 판단된 ‘세부평가대상’이 1502곳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에 비해 146곳(10.8%)이 증가한 수치다. 1502곳은 최근 3년간 영업흐름이 적자였거나, 벌어들인 돈으로 채권은행의 이자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이자보상배율 1미만)였거나, 자산건전성이 요주의 이하 등급으로 분류된 곳들이었다.

채권은행들이 최종적으로 112곳을 선정한 결과 C등급(54곳)과 D등급(58곳)이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최근 3년간을 살펴보면 C등급은 43곳에서 54곳으로, D등급은 34곳에서 58곳으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C등급에 대해서는 신속한 워크아웃을 추진하고, D등급은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나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한다.

업종별로는 골프장운영업 등 오락·레저서비스업체가 다수 명단에 포함된 점이 눈에 띄었다. 올해 구조조정 명단에 오른 오락·레저서비스업체는 23곳으로, 지난해(6곳)의 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금감원은 “경기침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지난 9월 말 현재 1조5499억원에 이른다. 은행권에서만 1조750억원을 빌렸다. 돈을 빌려간 중소기업들이 구조조정 과정에 착수하면서 은행권은 앞으로 2798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은 0.02% 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시장성 차입 발행 제한’ 부실기업에 강수=“엄정한 잣대로 기업의 옥석을 가려내겠다.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신속 적극 지원해 유동성 위험을 벗어나게 하되, 살릴 수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선을 긋겠다. 부실이 심화돼 금융시스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다.”(금감원 조영제 부원장)

금감원은 앞으로 부실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가 수년째 계속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늑장 대응 비판을 받았던 ‘동양 사태’의 교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전날 “동양 사태에 대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치밀하게 모니터링하지 못했다”고 반성했었다.

금감원은 채권은행이 예년에 없던 강력한 제재 조치를 실행케 할 방침이다. 앞으로는 채권은행이 기업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을 때 회사채·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의 발행도 제한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김진수 기업금융개선국 선임국장은 “지금까지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들에게 신규여신 중단 등의 조치만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