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라동철] 연금 불평등
입력 2013-11-08 17:39
공무원연금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적자구조가 고착화돼 매년 엄청난 국고를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1조9000억원, 내년에는 2조5000억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규모가 갈수록 커져 2018년에는 4조8000억원, 2022년에는 7조8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무원연금 적자가 이렇게 확대되는 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연금구조에 기인한다. 공무원은 2010년부터 재직 중 기준소득월액의 7%를 연금 보험료로 낸다. 여기에 국가가 7%를 보태 기준소득월액의 14%가 적립된다. 그리고 만 60세(2010년 이후 임용자는 만 65세)부터 매월 연금을 받게 된다. 연금수급액이 보험료 불입액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연금 수익비다. 2000년 임용된 공무원이 30년을 다니고 퇴직했을 경우 수익비는 3.34배다. 2010년 이후 임용 공무원도 2.3배에 이른다. 현재 퇴직 공무원들의 연금은 30년 재직 기준으로 평균 월 219만원이다. 모아둔 재산이 많지 않아도 ‘품위 있는’ 노후생활이 어느 정도는 가능한 수준이다.
노후가 불안한 일반 국민들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국민연금의 초라한 현실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기준소득월액의 9%다. 직장 가입자는 본인과 사업자가 각각 4.5%씩 부담한다. 자영업자는 9% 전액 본인 부담이다. 그리고 퇴직 후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연금을 받게 된다. 현재는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이 만 61세지만 5년마다 1년씩 추가돼 2033년에는 만 65세부터 받는다.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2010년 가입자 기준으로 중간소득자 이상이 1.3∼1.8배다. 20년 이상 가입 기준 월 85만원 수준이다. 공무원연금의 40%에도 못 미친다. 미래 연금 수령액은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현재 가치라지만 노후 안전판이라는 구호는 무색하다.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별도로 개인연금에 가입해 ‘국민연금+개인연금’이란 이중의 안전망을 짜고 있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당장의 생계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그런 이들에게 세금을 ‘빨아들이는’ 공무원연금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공무원들은 항변한다. 급여가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퇴직수당도 민간기업 퇴직금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파면될 경우 연금이 절반으로 삭감되는 것도 이유로 든다. 그렇다고 해도 정년 60세 의무화와는 무관하게 ‘사오정’(정년 45세),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가 여전히 남의 일 같지 않은 일반 직장인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경기 침체로 입에 풀칠이나 하면 다행인 영세자영업자들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퇴직 공무원들의 연금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는 할 수 없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은퇴 이후 긴 노후생활을 연금과 퇴직수당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자는 게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평준화하자는 건 아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금의 심각한 적자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을 달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국민연금의 노후 보장성을 높이거나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정책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의 통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공무원연금 적자 구조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몇 차례 법 개정 때처럼 땜질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법을 찾는다는 각오로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야 한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