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 WCC의 얼굴들…
입력 2013-11-08 17:19 수정 2013-11-08 22:59
교파·피부색 넘어 함께 기도 “주님의 위로와 격려 받고 갑니다”
“왜 그리 피곤해 보여요?”
지난 4일 밤 WCC총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회의장 앞에 지쳐 앉아 있던 기자에게 한 흑인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키가 2m 가까이 돼 보이는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고 있었다. 기자가 궁금해서 물었다.
“당신은 왜 그리 행복해 보여요?”
“한국 사람들이 정말 친절해요. 꼭 우리나라 사람들 같아요.”
그는 나를 끌어안고는 “힘내세요”라고 말하고는 휙 사라졌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확인도 못했다. 그 청년이 보여준 미소 속에서 주님이 주시는 위로와 격려가 느껴졌다.
부산총회에 참석한 130여개 나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은 한복을 차려 입었고, 성공회 주교들은 보라색 옷자락을 휘날리며 회의장을 오갔다. 로빈 후드처럼 초록색 옷을 입은 남녀도 보았는데, 머리에 별이 그려진 두건을 쓴 시리아정교회 신부들을 인터뷰하느라 놓쳐버렸다.
토요일 부산의 빈민가를 찾아갈 때 버스 옆자리에 앉은 웨일즈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강한 악센트로 “우리는 잉글랜드인이 아니라 웨일즈인”이라며 파란색의 셀틱 십자가 배지를 건네주었다.
기자회견장 옆자리에 독일 할아버지가 앉으셨다. 같이 점심을 먹으며 대화하니, 1970∼80년대 한국교회의 민주화 운동을 도운 분이었다. “내가 한 일은 아주 작은 몫일 뿐”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돌아가시고 문익환 오재식 같은 친구들도 다 떠나 이젠 나와 박형규 목사만 남았는데, 다음은 내 차례일지 모르겠다”고 말하고는 싱긋 웃었다. 기자가 대접한 장어탕 한 그릇이 작은 보답이 되었을까. WCC총회 기간 만난 이들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글=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