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8세 이모양 학대사망 관련…침묵한 주위 어른들도 과태료 물린다
입력 2013-11-07 22:51 수정 2013-11-08 01:20
지난달 24일 울산에서 발생한 계모의 8세 초등학생 이모양 학대 사망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피해아동 주변의 의사와 교사, 학원 강사, 사회복지사 등 신고의무자를 찾아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아동학대를 저지른 당사자만이 아니라 이를 묵인하거나 방치한 주위 사람들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아동보호 의무를 가족이 아닌 지역공동체 전체로 확장시키는 첫 조치로 의미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이양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신고의무자들을 파악해 과태료 처분을 내리도록 울산시에 요청했다고 7일 밝혔다. 울산시는 책임이 있는 신고의무자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에 즉각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면 지난해 8월 아동복지법 개정 이래 첫 사례가 된다.
신고의무자는 보육 교직원, 학원 강사, 복지 전담 공무원, 의사, 구급대원 등 직종의 특성상 폭행 방임 같은 아동학대 행위를 파악하기 쉬운 22개 직군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동학대를 인지한 정황이 분명한데도 신고하지 않으면 1차 150만원, 2차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번 사건에서는 이양이 다닌 학교 교직원, 학원 강사, 진료 의사 등이 주요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양 주변의 모든 신고의무자를 처벌하겠다는 게 아니라 아이의 활동반경 내에서 생활하며 이양을 자주 접했고 폭행 여부를 충분히 인지한 정황이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 관계자도 “이번 사례가 향후 유사한 사건을 처리하는 잣대가 될 수 있으므로 면밀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에서 “해당 의사가 진료하고 범죄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면 아동학대로 신고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빠졌는지 세심히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숨진 이양은 계모의 폭력으로 허벅지 뼈가 부러지거나 손과 발에 화상을 입어 수차례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의료기관이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울주경찰서 관계자는 “울산시가 요청하면 이양의 병원 진료기록 등 관련 자료를 모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4일 어머니 박모(40)씨는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 이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학대치사 등)로 구속됐다. 박씨는 “목욕하던 딸이 욕조에 빠져 숨졌다”고 112에 거짓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양의 몸에 남은 멍 자국을 토대로 폭행을 확인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