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英 리처드·멜라니 ‘에큐메니컬 부부’ “서로 다른 교파·교회 다녀도 종교 갈등 없어요”
입력 2013-11-07 18:23 수정 2013-11-07 22:00
서로 다른 교파의 교회를 다니지만 종교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한 영국인 ‘에큐메니컬 부부’를 7일 WCC 부산총회 현장에서 만났다. 주인공은 영국인 리처드와 멜라니 핀치 부부. 이들은 ‘인터처치 가족 협회(Association of Interchurch Families·AIF)’의 활동을 소개하기 위해 부산총회의 상설프로그램 중 하나인 ‘마당’에 부스를 차렸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AIF는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교파의 교회에 다니는 가족(인터처치 가족)’ 의 문제를 상담해 주는 민간단체다. 1968년 창립됐고 200여 회원 가족이 있다. 기부금으로 운영되며 전화와 이메일 상담을 해주거나 직접 만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1년에 두 차례 정기모임을 갖고 중재 사례를 공유한다. 이슬람이나 불교 등 다른 종교를 믿는 가족문제는 다루지 않고, 개신교와 가톨릭, 정교회 등 기독교 가족만 상담한다.
남편 리처드씨는 이 단체의 상담원이고 부인 멜라니씨는 국제네트워크 책임자다. 각각 성공회와 로마가톨릭 교회에 다닌다.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커플들을 돕는다.
63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영국의 데번 카운티에 있는 엑서터대학에 다닐 때 만나 75년에 결혼했다. 결혼 초기에 종교문제로 작은 갈등을 겪기도 했다. 멜라니씨는 “고해성사를 하는 가톨릭 의식을 남편은 이해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사제가 하나님 대신 죄를 사해줄 수 있느냐고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함께 기도하면서 갈등을 풀 수 있었다고 했다. 멜라니씨는 “이런 문제는 다른 언어로 하나의 대상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며 “언어가 다르다고 가리키는 대상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리처드씨는 “하나님을 섬기는 형식이 다를 수 있지만 그런 이유로 본질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부는 자녀들도 어릴 적부터 성공회와 로마가톨릭 교회를 격주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현재 딸(29)은 성당에 다니고 있으나 아들(31)은 신앙이 없다. 결국 아들의 신앙 교육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멜라니씨는 “교회를 멀리하는 영국 젊은이들이 너무 많다‘면서 ”아들도 언젠가 교회에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F가 내놓는 해법은 때로 파격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자녀가 어디에서 세례를 받을 것인지를 놓고 갈등이 빚어졌을 때 AIF가 내놓은 대안은 이렇다. “로마가톨릭 교회에서 성공회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게 하는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여기에 기꺼이 협조하는 교회들이 많습니다.”
부산=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