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창시자 베르너스-리 “美·英 정보기관 도청은 바보 짓”

입력 2013-11-07 18:24


월드와이드웹(www)을 창시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베르너스-리 경(卿·사진)이 6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가 자국민의 인터넷과 통신기록을 수집한 일은 매우 무섭고도 바보 같은 짓”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이버 범죄와 사이버 전쟁을 막겠다는 정보기관이 무차별적인 정보 수집을 위해 인터넷 암호체계까지 무너뜨리는 일은 모순되는 일이 아니냐”면서 “정보산업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또 NSA, GCHQ의 활동이 온라인 안전망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는 그가 머물고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베르너스-리 경은 “NSA, GCHQ의 정보수집 활동 내역을 보고 입이 쩍 벌어졌다”며 “이들 기관의 스파이 행위로 인해 인터넷 공간에서의 신뢰가 깨진 것은 최악 중 최악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웹 창시 25주년을 맞는다.

또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가디언을 통해 정부기관의 감시활동을 폭로한 데 대해서도 “공익 차원에서 언론의 당연한 임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가디언 보도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었다. 베르너스-리 경은 “어떤 일이 공공선에 부합하는지 공개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한편 7일에는 GCHQ를 비롯해 영국 국내정보국(M15), 해외정보국(M16) 등 3대 정보기관 수장이 영국 의회 정보안보위원회(ISC)에 출석, NSA와의 연계활동 등에 대한 공개청문회를 가졌다. 정보기관 수장을 상대로 한 공개청문회는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지금까지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안 로반 GCHQ 국장은 앞서 공개연설에서 “영국군에 대한 사이버 공격 위협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영국 국방산업의 기술과 엄청난 정보가 빠져나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GCHQ가 NSA에 협력하는 등 전방위적인 감시활동이 도마 위에 올라 여론이 악화되자 방어 차원의 발언으로 풀이된다고 현지 언론 등이 전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