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승부’ 엇갈린 평가

입력 2013-11-07 18:24

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결과를 놓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전초전 성격이 강했던 이번 주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중에서도 수도 워싱턴DC 인근의 버지니아는 한국으로 치면 경기도와 같은 곳이어서 한층 주목받았다.

예상대로 민주당의 테리 매컬리프 후보가 공화당의 켄 쿠치넬리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으나 그 격차가 2.5% 포인트(48.0%대 45.5%)에 불과했다. 쿠치넬리 후보는 강경보수 유권자운동인 ‘티파티’의 지원을 받았다. 선거 2주일 전만 해도 지지율 격차가 7∼10% 포인트에 달해 공화당 지도부가 지원을 포기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선거 막판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 등록 사이트 장애를 계기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오바마케어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한 쿠치넬리 후보의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공화당 내 티파티 계열 의원들은 쿠치넬리가 ‘아쉽게’ 패배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출구조사 결과 투표자의 53%가 오바마케어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이들은 압도적으로 공화당 쿠치넬리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브록 매클리어리는 “버지니아주 선거는 오바마케어가 가장 강력한 이슈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도 오바마케어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시각은 다르다. 연방정부 폐쇄를 초래한 공화당 심판 여론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공화당 일부에서도 낙태와 동성애자 결혼에 반대하는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시각을 보였던 쿠치넬리의 한계로 보고 있다. 공화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민주당 표밭인 뉴저지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재선에 성공한 것도 티파티 같은 강경보수가 아니라 무소속 지지자들도 아우르는 온건 노선의 유효성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민주당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6일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상원 지도부 간 회동에서 오바마케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자칫 민주당의 상원 과반의석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선거를 계기로 양당 어느 쪽도 압도적인 우세를 예상할 수 없는 대표적인 경합주였던 버지니아가 ‘민주당 주’로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된다. 특히 이것이 유권자 구성의 변화라는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어서 2016년 대선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백인 비율은 줄어드는 대신 히스패닉계와 아시안계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민자와 소수인종에 관대한 정책을 펴는 민주당에 유리한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