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전셋집·12년 넘은 2000㏄ 승용차… 월 건강보험료 9150원 내린다

입력 2013-11-07 18:17


35세 자녀와 단둘이 2000만원 전세에 사는 C씨(66). 소득 한 푼 없지만 전세금이 재산으로 분류돼 매달 2만5730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 가진 거라고는 5000만원짜리 전셋집과 12년 넘은 2000㏄ 승용차가 전부인 K씨(45)에게는 월 6만3550원의 보험료가 부과된다. 150만원 월급쟁이와 맞먹는 액수다. 전세금이 뛰는 요즘 같은 때는 건강보험료도 따라 뛰어 대출금에 보험료까지 이중부담에 시달린다.

내년 1월부터는 전·월세금에 대한 기본공제금이 현행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돼 전·월세 세입자 65만 가구의 보험료가 가구별로 월 5600원(연간 439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또 12년 이상 오래된 차량에 매기는 보험료도 대당 4000원(연간 673억원)가량 줄어든다. 이는 재산에도 보험료가 부과되는 지역가입자만 해당한다. 월급에서 보험료가 자동 납부되는 직장가입자와는 무관하다.

당장 C씨는 재산으로 간주되는 전세금이 1700만원(2000만원-300만원)에서 1500만원(2000만원-500만원)으로 줄어 월 보험료 7950원을 감액 받는다. K씨도 월 9150원을 아낄 수 있다.

대신 상위 20%에 해당하는 부유층 보험료는 오른다. 내년 11월쯤 현실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고로 많이 내는 보험료 상한액을 현행 월 219만원(2013년 기준)에서 월 269만원으로 50만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략 월소득 8970만원 이상 직장인 2500여명과 지역가입자 680가구(소득환산액 6억7000만원 이상) 안팎이다. 또 소득 분류를 현행 75등급에서 80등급으로 세분화하고 보험료를 부과하는 금융소득 한도를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상위 20% 가구의 보험료를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늘어나는 보험료 수입은 보험료를 깎아주면서 생기는 손실(연간 1100억원)과 엇비슷한 규모다.

보건복지부는 전·월세 기본공제액을 올리고 12년 이상 노후 차량에 대한 보험료를 삭감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11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7일 밝혔다. 부유층 보험료를 올리는 추가 개정은 내년 상반기 추진된다.

조정이 이뤄져도 소득 없는 K씨가 월 5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감당하는 문제는 남는다. 전세금이 오르면 대출금과 보험료가 함께 오르는 모순도 여전하다. 정부는 현재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단’을 꾸려 직장·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소득으로 단일화해 부과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