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수능] 국어A형, 만점자 속출 우려 오히려 어렵게 출제했나
입력 2013-11-07 18:12 수정 2013-11-08 01:12
국어 A/B형 간 난이도 차가 크지 않았던 이유는 출제 당국이 수준별 수능의 당초 취지인 학습량 감소보다 변별력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수준별 수능은 공부량을 줄여주고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의대·치대 지원자 등 상위권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과 수험생들을 상대로 쉽게 출제했다가 만점자가 속출한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부담 감소라는 도입 취지가 첫해부터 퇴색했으며, 이런 흐름은 국어 수준별 수능이 이어지는 2016학년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입시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설익은 정책으로 수험생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어=지난해 만점자가 2.36%나 될 정도로 쉬웠기 때문에 올해는 다소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예상대로 A/B형 모두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웠으며, 지난 9월 모의평가와는 대체로 비슷했다.
A형은 EBS 연계지문이 변형돼 지문 길이가 길고 정보량이 많았다. 특히 18번 ‘스펙트럼을 통한 분광 분석법 적용’, 30번 ‘CD드라이브의 작동원리’ 등이 까다로웠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과학·기술 지문이 2개나 출제돼 체감 난이도가 B형보다 오히려 높았다”고 말했다. 김기한 메가스터디 교육연구소장도 “난이도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되며 수준별 수능의 의미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B형은 문학에서 변별력이 있었다. 이청준의 ‘소문의 벽’(35~37번)이 출제됐는데 EBS 교재에 없었고 지문 내용이 관념적이라 어려웠다. A형보다 까다로운 점은 표기방식에서 나타났다. 38~40번 지문에서 왕방연과 임제, 원천석의 시조 3편이 묶여 출제됐고, 40번 문제에서는 정극인의 가사 ‘상춘곡’이 보기로 제시됐지만 네 작품 모두 B형은 고어(古語), A형은 현대어로 표기했다.
◇수학=A/B형 모두 2·3점짜리 문항은 EBS 교재와의 연계도가 높아 중하위권 학생의 점수는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위권을 변별할 고난도 문제가 적지 않게 포함돼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A형에서 고난도 문제는 미적분과 통계기본보다는 수학1에서 많이 출제되었고,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확률과 통계 파트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문제로는 17번 도형에 응용된 무한등비급수 문제가 지난해 수능·6·9월 모의평가 유형과 달라 생소했다.
B형은 평이한 문항도 다수 있었지만 고난도 문제에서 EBS 체감연계도가 낮아 어려웠다. 특히 19번 공간좌표와 구의 방정식, 21번 정적분의 계산, 29번 공간도형의 방정식, 30번 미분법의 활용 등이 까다로워 중위권과 상위권을 가르는 요소였다.
◇영어=A/B 공통으로 50문항에서 45문항으로 축소됐지만 시간은 70분으로 동일해 시간적인 여유는 지난해보다 많았다. 그러나 예상대로 두 유형 간 난이도차는 극명했다.
B형은 EBS와 연계되지 않은 문항이 어렵게 나왔다. 연계되지 않은 4개 문항 모두 3점 배점으로 출제됐고, 인류학·과학·수학·정치 등을 지문으로 다뤄 까다로웠다. 이 4개 문항에서 상위권 변별력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5번, 36번은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빈칸 추론문제인 데다 수학·과학 등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수험생들이 당황했을 수 있다. 34번의 경우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 지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반면 A형은 실용문이 다수 출제됐다. 선택지가 한글로 된 경우가 많았고, 어법 문항에서도 ‘stop’ 동사 뒤에 준동사의 형태를 묻는 빈출 문제가 나오는 등 평이했다.
◇탐구=사회탐구는 과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지난해 수능이나 9월 모의평가보다 쉬웠고, 과학탐구는 조금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았다. 사회탐구에서 어려웠던 과목은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였고, 과학탐구에서 쉬웠던 과목은 물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