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나랏님도 안지키는 장애인 의무고용
입력 2013-11-08 01:59
고용노동부는 7일 장애인 고용 실적이 저조한 기업 및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등 1076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30대 그룹 가운데는 현대차, LG, SK, 현대중공업, GS, 신세계, 포스코, 롯데 등 25개 그룹의 108개 계열사가 명단에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현대엠코, 현대카드 등 계열사 11곳이 명단에 올라 최악의 장애인 고용 외면 그룹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민간기업은 의무고용률 2.5%를 달성하지 못하면 미달된 근로자 1인당 59만원에 의무 이행 정도에 따라 25∼50%의 가산금을 더해 장애인고용 부담금을 내야 한다. 장애인고용 부담금 제도는 경제적 제재를 가해 장애인 고용을 촉진시키겠다는 취지로 1990년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부담금 납부로 버티며 장애인 고용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자 정부는 2008년 장애인 고용률이 낮은 기관의 명단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망신주기’로 장애인 고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기업들은 명단 공개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한일건설, LVMH코스메틱스, MP코리아, ASML코리아, 연승어패럴, 휴먼테크원, 제일약품 등 7개 기업은 5년 연속 명단 공개 대상에 포함되는 등 배짱을 부리고 있다.
기업들이 버티는 것은 솔선수범을 해야 할 국가·지자체·공공기관도 장애인 고용이 뒷전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국가·자치단체의 평균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은 2.57%로 의무고용률 3%에 미달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기초과학연구원은 단 한명의 장애인도 채용하지 않았다. 국회, 경기도교육청 등은 수년째 명단 공개 대상에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국가·지자체가 법률이 정한 의무를 지키지 않고서 민간에 준법을 요구하는 것은 난센스다. 국가부터 장애인 고용에 앞장서야 한다.
선정수 경제부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