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이런 거 물으려고 불렀나” 날세운 文

입력 2013-11-07 18:05 수정 2013-11-07 22:50


민주당 문재인(사진) 의원은 지난 6일 검찰에서 9시간 이상 조사받고 귀가하면서 참모들에게 “이런 내용의 조사라면 왜 나를 오라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생산과 이관에 관여하거나 보고받았느냐는 식의 일반적 질문만 있었다는 뜻이다. 서면조사로도 충분했을 텐데 굳이 지난 대선의 제1야당 후보를 소환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문 의원은 조사 과정에서 “대화록 수정본이 있기 때문에 초본(원본) 삭제는 당연하다. 수정본 미(未)이관은 실무자 실수”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끝난 뒤에도 이런 입장을 고수했다.

문 의원 주장대로라면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는 ‘관련자 전원 혐의 없음’으로 끝날 공산이 커진다. 그런데 검찰은 자못 느긋하다. 검찰 관계자는 “문 의원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다. 필요한 부분만 물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자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만큼 조사는 불가피했지만, 검찰이 쥐고 있는 ‘카드’는 조사과정에서 내보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종의 ‘가림막 전술’이다. 애초 문 의원의 진술 내용은 전체 수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의원 조사가 장시간 이뤄지고도 진술조서는 50여쪽에 불과했던 이유가 검찰이 ‘평이한’ 질문을 반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사에 동석했던 박성수 변호사가 “이미 참고인 조사에서 다 확인한 것만 물어볼 거면 왜 불렀느냐”고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간부는 “문 의원 측에서 답답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봉하 이지원’ 분석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 등에게 대화록 삭제와 미이관 지시를 내린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2월 이지원 초기화 작업이 진행 중일 때 조 전 비서관이 올린 ‘메모보고’와 이에 대한 노 전 대통령 지시 사항에 관련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보고는 ‘문서보고’와 달리 결재 절차가 없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보고·지시는 문 의원 등 나머지 인사들이 상세하게 몰랐을 수 있다. 참여정부 측은 조 전 비서관이 기술적·실무적 실수로 대화록을 누락했을 가능성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 내용과 참여정부 측이 자체 파악한 내용이 ‘180도’ 다른 가운데 수사 결과는 다음주 초 발표될 예정이다. 조 전 비서관 등 일부 실무진은 형사 처벌 대상자로 거론된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