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에 정기예금 썰물

입력 2013-11-07 17:45

은행 정기예금이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반면 정기적금과 요구불예금은 늘고 있다. 사실상 ‘제로금리’여서 정기예금이 인기가 없고, CP(기업어음) 등 투자상품에 대한 불안감으로 목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탓에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증가세인 것으로 분석된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362조2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359조4000억원으로 2조8000억원(0.8%) 줄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 잔액은 28조8000억원에서 34조7000억원으로 5조9000억원(20.5%) 늘었다. 요구불예금도 188조3000억원에서 199조9000억원으로 11조6000억원(6.2%) 증가했다.

정기적금이 매달 일정액을 적립하는 ‘목돈 모으기’ 상품이라면, 정기예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넣고 만기에 이자를 받는 ‘목돈 굴리기’ 상품이다. 하지만 현재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2.5% 안팎이어서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면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정기예금으로 목돈을 굴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요구불예금의 증가세에는 최근 금융투자상품의 위험성이 커져 목돈 투자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요구불예금 중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MMDA)의 경우 입출금이 자유롭고 금액이 클수록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서 단기로 운용하는 대기성 자금에 적합하다. 일례로 하나은행 수퍼플러스 MMDA는 10억원 이상을 넣으면 최고 1.7%의 금리를 주기 때문에 정기예금에 돈을 묶어놓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