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대출금리 줄줄이 인하… 금융당국 압박에 ‘백기’

입력 2013-11-07 17:45 수정 2013-11-07 22:55


신용카드사들이 연말까지 현금서비스·카드론 대출금리를 일제히 인하하기로 했다. 현금서비스·카드론 대출금리는 이르면 이달부터 업체별·개인 신용등급별로 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에 비교 공시된다. 금융당국은 대출금리를 불합리하게 산정하는 업체들의 제재를 강화해 소비자를 보호할 방침이다.

지난 8월 ‘제2금융권 금리체계 모범규준’을 발표했던 금융당국은 최근 각 카드사로부터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포함한 모범규준 이행계획을 제출받았다고 7일 밝혔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 NH농협카드 등은 이달 말부터 대출금리를 0.5∼2% 포인트 범위에서 일제히 내릴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수료 수입 비율이 높았던 현대카드와 신한카드도 금리 인하 폭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소비자들은 비대면 채널로도 돈을 손쉽게 빌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카드사의 신용대출을 적극 활용해 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용카드사들의 카드론 실적은 7조4019억900만원으로 전년 동기(6조745억1300만원)보다 21.9% 급증했다. 지난해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으로만 벌어들인 수익만 14조∼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은 카드론의 고금리를 따라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카드업계의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 채권의 비율)은 같은 기간 1.28%에서 1.43%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 하락, 다중채무자 증가 등 가계부채의 여러 문제가 이 부분에서 파생됐다.

카드사 신용대출을 둘러싼 문제 해결에 골몰하던 금감원은 신용카드사가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부터 카드론·현금서비스 대출금리를 개인 신용등급별로 의무 공시토록 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업체별·개인 신용등급별 금리 비교 공시를 위해 전산 작업에 나선 상태다.

현재까지 카드사들은 카드론·현금서비스 평균 수수료율과 대출금리별 고객 비중만 공개했었다. 이 때문에 카드사 대출 고객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카드사별 대출금리를 정교하게 비교하기 어려워했고, 일부 카드사는 대출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매기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하지만 곧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일괄 공시가 이뤄지면 고객들은 본인의 신용등급에 해당하는 카드사별 대출금리를 간편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타사와의 비교 압박을 느끼게 될 카드사들도 연 20%가 넘는 고금리를 고집하지 못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의 여러 가지 기능으로 만들어지는 대출금리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고, 당국이 개입하기 어렵다”면서도 “모범규준을 통해 합리적 금리 산정을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불합리한 대출금리 체계를 운영하는 카드사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막대한 마케팅비를 사용하는 등 검사 필요성이 생기면 어떤 형태로든 원가와 마케팅 비용 구조를 살펴 소비자 권익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