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민참여재판] “나는 법 거미줄에 걸린 나비 같다 애매한 선고 내리기까지 언어유희”
입력 2013-11-07 17:36 수정 2013-11-07 22:21
7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안도현(52) 시인이 재판부를 맹비난했다.
안 시인은 재판 직후 전주지법 1호 법정을 나오면서 “국민참여재판에서 전원일치 무죄 평결을 내렸음에도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해 굉장히 안타깝고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항소할 뜻을 밝힌 그는 “검찰의 기소는 국정원 사건에 대한 물타기 차원이었으며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며 “법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이제 국민이 믿게 될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그는 이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재판부가 결국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전원일치 무죄 평결을 뒤집었다. 배심원들과 나를 무시하고 조롱한 것으로 본다”며 “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나비의 기분이 이럴까”라며 한탄했다. 안 시인은 이어 “재판부는 재판을 한 게 아니라 법의 이름으로 곡예를 하면서 묘기를 부렸다. 애매한 선고를 내리기까지 언어유희로 일관했다. 최고 권력자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충신을 보는 것 같았다. 법과 정의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특히 “명백한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도 박근혜에게 질문하면 안 된다. 질문하면 비방죄가 성립된다. 아, 그래서 검찰은 박근혜를 조사하지 않고 질문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었구나”라며 검찰을 힐난했다.
안 시인이 재판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도 회자되고 있다. 그는 “겉으로 너무 표시나지 않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고 싶은데요. 선배에게 말했더니 이런 말을 해주셨다. 그러기에 말이야, 미친놈들이 물뱀을 독사로 만드는 꼴이잖아. 아, 나는 물뱀 보면 덜덜 떠는 개구리가 되고 싶은데”라는 글을 올렸다.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 아양초교와 경북대 사범대 부속중, 대구 대건고를 졸업한 뒤 1980년 전북 익산 원광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서 시 ‘낙동강’으로,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는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으로 당선됐다.
1985년 이리중 국어교사로 부임했으나 전교조 가입 이유로 4년 만에 해직됐다. 이후 1994년 전북 장수군 산서고에 복직됐으나 3년 만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전업시인으로 돌아섰다. 현재는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