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제 뭐가 문제인가
입력 2013-11-07 17:36 수정 2013-11-07 22:21
안도현 시인에 대한 배심원단의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되는 사건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 확대가 원인=지난해 7월 이전까지만 해도 국민참여재판은 살인·강도강간 등 성폭행 범죄 등 일부 강력사건과 부패범죄 등에 한해서만 시행됐다. 전문적인 법률지식이 없는 배심원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이 대부분이었다. 정치적 성향 등이 평결에 개입될 여지도 적었다. 배심원 평결과 재판부 판결의 일치율은 92.2%에 달했다.
문제는 지난해 7월부터 국민참여재판의 신청 대상 범위를 형사합의부 사건 전체로 확대하면서 불거졌다. 명예훼손이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일정 수준 이상의 법률적 지식이 필요한 사건들도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됐다. 배심원단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건들도 국민참여재판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7일 선고된 안씨의 국민참여재판이 대표적이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비방한 안씨에 대해 배심원단은 무죄 평결을 내렸다. 문재인 후보의 ‘텃밭’인 전주 지역 배심원들의 공정성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반면 지난 8월 여권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부산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허위의 사실로 박 후보를 비방한 전모씨에 대해 배심원단은 유죄 평결을 내렸다. 결국 배심원단이 속한 지역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같은 사안에 대해 상반된 결정이 나온 것이다.
◇정치적 사건은 배제할 수 있도록 법 개정해야=문제는 현재의 사법부가 정치적 사건들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법원 예규는 추가 기소가 예상되는 상황, 피고인의 정신이상이 의심되는 상황 등 소극적인 거부 규정만 두고 있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은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할 수 있는 실질적 장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에 정치적 사건을 배제할 수 있는 재량을 준다 하더라도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한 판사는 “재판부가 정치적 사건이라는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제하면 그 결정에 대한 논란이 생길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참여재판이 ‘국민들의 상식이 정의’라는 가정 위에 도입된 제도인 만큼 일부 사건만 놓고 판단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정치적 사건의 경우 오히려 법원의 판결이 배심원들의 평결보다 들쭉날쭉한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는 “다양한 선례들이 쌓인다면 일정한 결과로 수렴하는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