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시대를 예술로 빚어낸 천재들… KBS1 ‘KBS 파노라마’
입력 2013-11-07 17:33
KBS 파노라마(KBS1·8일 밤 10시)
한국전쟁에 참전한 사람 중엔 시인 유치환(1908∼1967)도 있었다. 그는 국군의 일원으로 전쟁에 참가해 잊지 못할 경험을 쌓았고 1951년 9월 자신의 체험을 시로 풀어쓴 책을 발간했다.
부산대 예술대 학장 등을 역임한 작곡가 이상근(1922∼2000)은 이듬해 8월 이 책에서 시 네 편을 골라 합창곡을 작곡한다. 한국전쟁 당시 만들어진 거의 유일한 클래식 음악, ‘칸타타 보병과 더부러’라는 곡이었다. 그는 한국 현대음악을 개척한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음악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곡이 세상에 알려진 건 작곡가가 세상을 뜨고 6년이 지난 2006년이었다. 대구의 한 문헌 연구가가 발견한 이 곡에 대해 전문가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이런 음악이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두 천재 예술가(유치환·이상근)가 전쟁의 비극을 직접 겪으면서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시대를 예술로 빚어낸 기록물이다.”(김원명 음악평론가)
프로그램은 이 곡이 가진 의미를 집중 조명한다. 방송엔 유치환이 속해 있던 문인(文人)들의 모임인 문총구국대(文總救國隊) 경남지부의 모습(사진)과 이들의 종군(從軍) 스토리도 가미된다. 당시 문총구국대엔 유치환 외에 소설가 오영수(1914∼1979), 화가 우신출(1911∼1991) 등도 가입돼 있었다.
이상근의 음악적 업적을 기리는 내용도 전파를 탄다. 경남 진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올해로 6회째 열고 있는 ‘이상근 국제음악제’ 등이 소개된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