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표적인 비리백화점 돼 버린 농축수협
입력 2013-11-07 18:16 수정 2013-11-07 22:16
1인1표 협동조합 초심으로 돌아가 뼈 깎는 개혁 나서야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곤 하던 농·축·수협의 비리가 이제는 자고나면 접하는 일상사가 됐다. 상대적 취약계층인 농어민들의 생업 지원과 복지를 위해 일해야 할 농·축·수협 직원들이 여타 공기업이나 사기업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유형의 범죄행위를 다 저지르고 있다. 6일에는 경남 통영시 사량수협의 멸치구매 담당 직원이 100억원이 넘는 돈을 빼돌리는가 하면 전남·전북 지역 축협 조합장 20여명이 농협사료를 납품받는 대가로 해외여행 경비와 상품권 등을 받아 각각 해경과 경찰에 적발된 것으로 보도됐다. 보고 있자니 한숨밖에 안 나온다.
최근 몇 달간 불거진 농·축·수협의 각종 비리와 범죄를 보면 이들 기관의 부패가 자체 개혁이나 어지간한 외과 수술로는 고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고객이 맡긴 돈이나 농어업용 면세유 판매대금을 횡령하기도 하고, 납품이나 불법 대출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는 등 ‘갑질’도 서슴지 않았다. 농협과 축협이 묵은 쌀을 햅쌀로 속여 팔거나 쇠고기 등급을 속여 파는 일도 있었다.
특히 임직원 자녀 특혜 취업은 농·축·수협과 시골에서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농협, 수협 직원은 지방에서 자체적으로 뽑았다. 절반 안팎이 전현직 임직원 자녀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열 선거를 통해 선출된 조합장이 선거 때 자신을 지지했던 대의원이 추천하는 지원자를 취업시켜주기 때문에 이런 채용 비리가 관행화된 것이다.
농·축·수협이 비리의 온상이 된 것은 무엇보다 오랜 세월 손쉬운 신용사업을 통해 돈을 벌고, 보조금을 집행하면서 농어민 위에 군림해 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임직원의 급여와 복지 수준을 올리고 조직을 불리는 데 골몰해 왔다. 농수산물 유통, 생산자·소비자 직거래 확대, 수급 조절을 통한 농어민 소득 안정 등 본연의 업무는 뒷전이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가 인구는 1980년 1082만명에서 올해 283만명으로 30년 새 4분의 1로 감소한 반면 농협 임직원은 같은 기간 3만7511명에서 8만2208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농협의 급여대비 복리후생비 비율은 31%로 공기업 최고 수준이다.
이제 농·축·수협은 협동조합의 본 정신과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합원 1인1표제에 의한 민주적 운영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보육·돌봄·복지 등 지역사회 서비스 업무 도입과 현장 중심 업무 비중 강화가 필요하다. 농협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원 직선제로 선출토록 하는 한편 그가 비리를 저질렀을 때 농민조합원이 직접 소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에 따라 농어업의 장래는 백척간두에 있다. 농어업 정책은 농어촌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시점이다. 농·축·수협은 담당 부처 및 전문가들과 함께 새로운 농어촌의 비전을 만들고 환골탈태 수준의 조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미흡할 경우 인력과 예산이 반토막나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