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명한 북핵불용 기조 위에서 경제협력을

입력 2013-11-07 18:11

정부가 7일 확정한 ‘제2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현 시기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변상황에 비춰볼 때 비교적 잘 짜여졌다. 향후 5년간 추진할 대북정책의 큰 방향을 확고한 안보와 교류협력 확대로 잡은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 두 가지는 어떤 정권에서도 어느 한 가지를 경시할 수 없는 핵심 명제다.

특히 우리 안보의 핵심인 북핵 해결을 중점 추진 과제로 명시한 것은 잘 한 일이다. 정부는 지난 9월 공개한 ‘기본계획’ 초안에서 북핵 문제를 빼 국민적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근혜정부가 북핵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었다. 북핵 해결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기본 전제다. 어떤 이유로도 북핵을 허용해서는 안 되며, 그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최근 북한이 조건 없는 6자회담을 요구하고, 중국이 이에 동조하면서 미국까지 합류하는 듯했다. 그러나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 후 6자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북한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기존 원칙을 지키게 된 것은 다행이다.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 조치를 받아내지 못한 상태에서 6자회담을 여는 것은 헛수고일 뿐이다.

정부가 여건이 조성될 경우 남북간 경제협력 재개 및 대북투자 허용을 검토키로 한 것도 잘 한 결정이다. 이는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라 대북 신규투자를 금지한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전향적이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개성공단이 성공적으로 굴러갈 경우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정부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남북관계 개선의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정부가 출범 8개월여 동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현을 부르짖고 있지만 진전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올 여름 폐쇄되기까지 했던 개성공단은 원상회복조차 하지 못한 상태이며,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서도 협상 한번 하지 못했다.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날짜까지 잡아놓고 무산되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렇게 볼 때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오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우더라도 북한이 동조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기본계획이라는 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각종 대북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남북간 신뢰회복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와 정부 각 부처의 전략적 사고와 노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