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心火를 가슴에 안고 사신 어머니… 박형준 신작 시집 ‘불탄 집’
입력 2013-11-07 17:18
시인 박형준(47)의 신작 시집 ‘불탄 집’(천년의시작)은 전체적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의 산문에 따르면 이 추억은 일반적인 기억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재발견된 추억’이다. “어머니는 ‘불탄 집’이다. 어머니는 평생 심화(心火)를 가슴에 안고 사셨다. 이제 그 집은 불타 사라졌지만 그 심화는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마음속의 불, 어머니의 가슴에 타는 그 불을 누가 꺼뜨릴 수 있었겠나. 내가 시를 쓰는 것은 그런 어머니의 가슴에 팔찌를 하나 놓아 드리는 일이었다.”
시 쓰기란 타자에 대한 기억을 통해 자신의 생애를 승화하는 과정일터. 박형준은 이런 지속적인 자기 갱신과 승화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가장 원초적인 존재,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나는 이제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돌이킬 수 없이 가깝고 가장 멀기도 한 여정으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빛도 태양도 더 이상 없을 때에 어머니의 가슴에, 그리고 그녀의 무덤 위에 놓인 팔찌가 비추어 주는 게 비단 나뿐 만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그 팔찌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존재 이유를 조금은 확인할 수 있지 않겠나.”(‘불탄 집’ 부분)
어머니를 ‘불탄 집’으로 명명하는 시인의 행위는 결국 자신의 내부로 그 불탄 집을 옮겨 놓는 일일 것이다. 이렇듯 박형준은 기억의 재발견을 통한 시 쓰기에 몰입하고 있다. 이때 어머니는 재발견된 추억인데, 시인은 시골에 살던 어머니에서부터 병원에 누워 계실 당시의 어머니에 이르기까지 어머니의 존재를 재구성한다. “햇볕이 늙은 도마뱀같이 벽에 붙어있다./ (중략)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한 시간 기다려 삼십 분 면회하고 돌아와 대학에서 시를 가르쳤다/ 시를 쓰는 학생들을 위해 시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 하나만 남은, 상상력만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는 듯 바슐라르를 읽었다”(‘도마뱀’ 부분)
시인은 자신의 몸(언어)을 통해 어머니를 다시 탄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