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63년 만에 ‘학살’ 인정...영암민간인 학살사건 배상 판결

입력 2013-11-07 17:10

[쿠키 사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과거사 위원회)가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을 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의 세심한 사실조사로 63년 만에 ‘민간인 학살’로 인정된 배상판결의 전국 첫 사례로 남게 됐다. 과거사 위원회의 진실 규명에도 불구하고 증거부족과 소멸시효 등의 문제로 배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른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의 의미는 크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민사 1부(지원장 겸 부장판사 박강회)는 지난 5일 민사법정에서 열린 최모(81·여)씨 등 세 자매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들에게 각각 506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위자료는 사망자에게 8000만원, 배우자에게 4000만원, 자녀에게 800만원으로 각각 책정했다.

재판부는 “1950년 12월 27일 아버지가 경찰에 연행돼 총살당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이 상당히 믿을 만하고 경찰청을 통한 법원의 사실조회 결과도 신빙성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만약 과거사 위원회가 조사 당시 원고 아버지의 사망경위에 대해 충분한 증거조사를 했거나 이에 기초해 적절한 판단을 했더라면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강회 목포지원장은 “대법원 판례와 하급심 기록에는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을 받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하지만 과거사 위원회의 결정이 최종 결정은 아닌 만큼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이 내려져도 경우에 따라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목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