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수진 (8) 60일 정박비 4만달러… 印尼 대통령 ‘면제’ 특전을

입력 2013-11-07 18:30


한나호가 외국 항구에 입항하기 위해서는 사전조사를 거친다. 현지 항만청에 부두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교계의 반응과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어떤 사역이 필요한지 점검하고 체류 일정과 경비 등도 고려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마나도는 어떠한 사전 정보도 없이 향했다. 현지 목사님이 환영한다는 한 가지 이유로 말이다. 우리는 믿음 반, 모험 반으로 마나도로 향했다. 그런데 항구에 도착하자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100명 이상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연주하고 있었고 항구에는 한나호 입항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입항 환영식은 예배 자체였다. 60명의 선교사들은 최고의 환대를 받았다.

마나도는 기독교 도시였다. 500m마다 교회가 있었고 시청 강당에는 예배당처럼 마태복음 5장 9절이 붙어 있었다. 마나도 시장은 우리들을 초청해 환영식을 했는데 예배 형식으로 진행했다.

마나도는 다른 인도네시아 지역과 달리 400년 전 네덜란드에서 복음을 받았다. 이후 핍박을 받은 기독교인들이 신앙의 자유를 위해 이곳으로 건너왔다. 마나도는 인도네시아 33개 주 가운데 암본과 함께 기독교인이 주지사로 있는 특이한 도시다. 도시 전체가 신앙의 자유를 누리는 피난처요 산성인 셈이다. 한나호 외부 사역팀은 매일 교회를 다니면서 선교적 삶을 도전했고, 내부사역팀은 의료와 구제 등 선상 사역에 매진했다. 선내는 매일 방문객으로 넘쳐났고 매주 선상에서 열리는 찬양집회는 부흥회처럼 뜨거웠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죄를 회개했고 강대상 앞으로 나와 헌신을 다짐했다. 30명으로 구성된 각 교단의 지도 목사들은 ‘한나호 사역위원회’를 만들어 도왔다. 그중엔 북술라웨시의 주지사와 부인도 있었다.

현지 교회에서는 선교사로 살겠다고 서원하는 젊은이들이 속출했다. 이들은 마치 댐이 무너져 그 안에 모였던 물이 굉음을 내며 터져나오듯 했다. 이들 중 20명이 한나호에 승선해 선교 사역을 하겠다고 말했다. 요한 마남피링이란 현지인 목사는 한나호 출항 설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 마나도 교회는 400년간 받기만 하는 교회였습니다. 이제 한나호를 통해 우리의 자녀들을 선교사로 파송합니다. 인도네시아 기독교 역사가 이들을 통해 새로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 교회도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보내는 교회로 역할을 감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들은 인도네시아 기독교의 자랑입니다. 향후 3년간 이들의 사역을 위해 기도와 물질을 아끼지 말고 후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출항에 앞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닥쳤다. 마나도에서 60일을 정박했는데 정박비가 미화 4만 달러가 나온 것이다. 위원회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지사 부인과 이브 포올라 현 시장 부인은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호소하기 위해 사흘간 금식기도를 드렸다.

그들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것도 33개 주 중 한 곳에서 발생한 조그마한 선박의 정박세 문제로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님은 기도를 들어주셨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친서를 가지고 찾아온 것이다. 친서는 ‘한나호의 마나도 정박세를 완전히 면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시 모두들 긴장하며 기도하던 중 나의 휴대전화에는 이런 메시지가 떴다.

‘Our God is so powerful! God answered our prayer!(우리 하나님은 능력이 많으십니다.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