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를 위한 알기쉬운 신학강좌-10. 기독교와 미래 : 21세기의 도전] ② 민족의 미래
입력 2013-11-07 18:29
성경 정신으로 평화통일의 길 밝혀야
한국교회가 직면한 많은 과제가 있지만 지금부터 가까운 미래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남한과 북한의 화해, 통일이다.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언제나 구체적인 정황 안에서 일어난다. 자신의 시대와 역사를 떠난 소명은 없다. 그렇기에 교회는 민족에 대한 사명이 있다. 하나님의 뜻을 자신의 시대 속에서 찾지 못하는 신학은 죽은 신학이고, 그 뜻을 실천하지 않는 교회는 잠자는 교회다.
민족과 함께하는 교회
역사적으로 한국교회는 민족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한국의 근대사는 외세의 침입, 빈곤, 의료시설의 낙후, 교육 수단의 결여 등으로 고통의 시기였다. 교회는 이 시기에 가난한 자를 돕고 의료와 교육기관을 세우는 등 여러 분야에서 민족과 함께하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졌다. 1919년 3·1운동 때에도 기독교는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기독교 인구가 많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장한 일이었다.
그러나 1960년대 군사독재 시기 이후 기독교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진지한 기독 청년들이 나라의 위기 앞에서 교회의 역할을 고민했지만 교회는 청년들의 이런 고민을 외면했다. 한국교회는 신앙과 세상을 분리하는 이원론에 익숙했다. 다수의 교회는 청년들에게 그냥 종교적 영역에 머물러 있기를 권고했다. 교회의 이런 태도는 한국사회와 청년들에게 상처를 주었고, 교회는 민족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변방으로 밀려났다.
교회가 민족과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고 자신만을 위해 존재할 때 사회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요즘 팽배한 안티기독교를 욕하기 전에 먼저 기독교의 모습을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기독교인은 많지만 사회적 존경을 잃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성경에 나타나는 믿음의 조상들 중에 자신의 민족을 사랑하지 않은 자가 없다. 그들은 언제나 구체적 정황 안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고 그에 응답했다. 교회공동체도 시간과 공간 안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고 그 부르심에 구체적으로 응답할 때 자신의 시대에 완수해야 할 소명을 가지게 된다. 최근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의 위대한 정신인 ‘역사책임적 과제’를 상실한 모습이다.
기로에 선 민족, 평화통일
지금으로부터 10∼20년이 한국 민족의 미래에 결정적인 시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힘의 중심이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이 가진 창의성과 역동성으로 중국과 일본 못지않은 역할을 하면서 민족의 역량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IT산업, 바이오산업, 나노산업, 로봇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능력이 발휘될 것이다. 우리 민족이 21세기에 세계사의 중심에 설 수 있다.
하지만 민족의 미래가 매우 위태롭게 될 위험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위험 요소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남한과 북한의 무력에 의한 충돌이다. 전쟁과 같은 비극이 일어난다면 민족의 미래는 회복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러므로 21세기는 우리 민족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위대한 시대가 될 수도 있고, 비극의 시대가 될 수도 있는 기로에 있다. 이 기로에 선 민족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남한과 북한의 ‘평화통일’이다.
한국교회는 통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만 잘 돌아가면 통일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민족의 미래를 성경적 차원에서 볼 때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신앙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한 형제, 한 민족이 증오를 극복하고 화해를 이루는 것이 마땅하다. 이 시대에 한국교회에 주신 가장 중요한 사명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이다. 이 민족사적인 기회와 위기의 시기에 기독교가 어떤 역할을 감당할지가 진정 시험대에 올랐다.
성경의 정신에 따라
교회는 분단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교회가 어떤 이념이나 정치논리에 의존할 수는 없다. 우파의 논리를 따르는 것도 우스꽝스럽고, 좌파의 논리를 지지하는 것도 어이가 없다. 북한은 전제봉건사회와 같은 독재 체제에다가 수많은 주민을 굶주려 죽게 했다.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다. 이 점에서 ‘북한 정권’을 지지하거나 따르는 것은 성경의 정신에 위배된다.
한국교회는 북한 정권의 무자비한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또한 ‘북한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총회 차원에서 통일비용을 모으고, 통일 이후의 구체적인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회가 반공 이념을 찬양하며 현세의 값싼 축복, 성공과 출세를 강조하는 ‘번영신학’을 퍼뜨리는 행위도 곤란하다.
기독교는 어떤 이념에도 아부하지 않는다. 교회는 어떤 정권도 절대화하지 않으며, 맹종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힘 있는 정권에 아부하는 ‘궁정신학’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언제나 잘못된 것이었다.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주권만 의지하는 것이 성경의 정신이다.
기독교는 성경에 근거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이 가치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다. 성경의 가치에 따라 살기로 고백한 자들이다. 교회는 통일 앞에서 성경의 정신인 평화, 사랑, 정의, 화해의 실현을 보여줘야 한다. 철저하게 성경의 정신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견지해야 한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절대평화’의 길을 택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용서와 화해, 사랑과 관용이 드러나야 한다.
민족의 아픔과 함께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교회의 힘으로 남한과 북한의 화해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전쟁 없는 한반도를 후손에게 물려주기를 소망한다. 우리 민족은 고난의 민족이었다. 하나님께서 이 민족의 미래에 크신 자비와 은혜를 베풀기를 기도한다.
김동건 교수 <영남신대 조직신학, 저자연락은 페이스북 facebook.com/dkkim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