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마음을 닮은 얼굴… 그림 속 옛 사람의 본새 읽기

입력 2013-11-07 17:18


사람 보는 눈/손철주(현암사·1만5000원)

우리 옛 그림과 관련해 핵심을 비껴가지 않으면서도 맛깔스러운 이야기로 독자를 잡아끌던 저자가 사람이 나오는 우리 그림을 엮어 책을 냈다. 산수 인물화, 풍속 인물화 등 모두 85점의 그림을 소개하는데 특히 초상화 23점에서 사람의 본새를 읽어내는 대목이 흥미롭다.

공재 윤두서 하면 누군지 모르는 이들도 이 17세기 선비화가가 그린 자화상은 한번쯤 봤을 것이다. 마치 그림을 보는 사람과 한 판 붙어보자는 듯 쏘아보는 형형한 눈빛.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그린 수염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공재가 자기 수염을 세어본 뒤 그렸을 법한 믿음을 준다며 꼼꼼한 묘사력에 감탄한다. “공재의 됨됨이가 궁금하면 자화상을 보라.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기보다 실존이 본질이다.”

노론 계열의 문인화가 김창업이 그린, 조선 중기 대학자로 노론의 영수였던 우암 송시열의 초상을 보자. 74세 노학자의 입은 굳게 다물어져있고, 눈초리는 냉랭하다. “낙향과 등용과 유배를 거듭하다 사약을 마신 삶에서 무슨 평탄한 흔적을 찾아내겠는가.…얼굴은 마음을 닮는다.”

초상화와 풍속화 속 다양한 계층·연령대 인물의 모습에서 삶의 정취와 애환을 읽어낸다. 요샌 통 쓰지 않는 우리말을 만나는 재미는 덤이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