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우리는 앞으로 어떤 집에서 살게 될까
입력 2013-11-07 17:21
컬렉티브하우스/고아베 이쿠코, 주총연(住總硏) 컬렉티브하우징 연구위원회 편저/도서출판 클
이다음에 나는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살까? 지금처럼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을까? 만약 지금처럼 내가 결혼하지 않는다면 늙어서까지 혼자 살 수 있을까? 이혼과 비혼, 만혼의 증가로 핵가족, 1인 가족, 한부모 가족 등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형태도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주거 형태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일종의 시리즈로 나온 두 권의 책은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제3의 주거 형태에 대한 일본 사회의 구체적인 모색을 담은 것이다.
먼저 컬렉티브하우스. 이것은 집을 룸메이트와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와는 또 다른 개념의 공동 주거지다. 한 개 동 혹은 주택단지 내에 각각의 구성원에게 독립된 공간을 임대해 주고, 주방과 식당, 거실, 세탁실, 정원과 테라스 등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스웨덴 등 유럽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시작됐고,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컬렉티브하우스는 1960년대부터 자리 잡았다. 스웨덴에는 40곳 이상의 컬렉티브하우스가 존재한다. 일본에서는 2003년 6월 입주가 시작된 ‘칸칸모리’가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컬렉티브하우스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공급되던 부흥 공영 주택 등이 컬렉티브하우스의 발단이 됐다.
일본에서 20년간 컬렉티브하우스 연구를 해 온 고아베 이쿠코 닛폰여자대학 명예교수는 일본의 컬렉티브하우스 4곳의 입주자들의 인터뷰와 실제 조사 등을 통해 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들여다본다.
칸칸모리의 경우, 현재 0∼12세까지 아이 10명, 20∼80대 성인 41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일종의 거주조합을 조직해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갖고 생활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함께 내린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공동식사를 한다. 20인분의 저녁 식사를 2∼3명이 함께 만들고, 설거지도 함께 한다. 다양한 세대, 타인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 공동 식사는 여러모로 중요한 행사다.
가장 큰 변화는 ‘가족 외 거주자와의 일상적인 교류’가 늘었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이들과의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가 늘었고, 공동식사 등에 참여하는 게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새로운 관계와 교류가 삶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언급이 많았다. 특히 30∼40대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을 계기로 가족이 아닌 이들과의 교류가 시작됐고, 육아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다는 점이 손꼽혔다. 지비원 옮김.
셰어하우스/구보타 히로유키/도서출판 클
두 번째 책 셰어하우스는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주로 다루고 있다. 경제적인 부담을 나눌 수 있다는 이점 외에도 가족을 대신하는 만남이 주는 정서적인 만족감, 타인을 통해 자신의 장단점을 확인하게 되는 등 셰어(공유)의 이로운 점을 소개한다. 이어 구체적으로 셰어를 하기 위해 공간과 생활비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아프면 누가 간병할지, 몇 명이 사는 게 좋을지, 이성과의 셰어는 괜찮은지 등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한국과 비슷하게 혈연 등 가족을 중시하고 ‘타인과의 삶’에 대한 거부감이 큰 일본의 사례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작지 않다.
집에서 독립한 뒤 혼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20대, 육아 분담이 시급한 30∼40대, 자녀를 독립시킨 뒤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50∼60대, 혼자 늙어가는 게 걱정되는 70∼80대까지 저마다 상황에 맞춰 남은 인생의 새로운 거주 형태를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류순미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