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재계에 대한 정부 입장… 대법원 확정 판결 때 ‘또 다른 외교적 갈등’ 가능성 대비
입력 2013-11-07 02:26
경제단체연합회 게이단렌(經團連) 등 일본 재계가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에 공개 우려를 표시하자 우리 정부도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일본 민간 경제단체들의 입장 표명에 직접 나서 공식 대응할 성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문제가 한·일 경제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일본 정부도 공개적으로 수차례 표명한 것”이라며 “내용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강제징용 관련 피해자 배상과 관련된 재판들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서 특별히 입장을 정리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방침이다.
이 당국자는 “대법원의 관련 판결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여기에 입각해서 정부가 다음 단계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나올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정부 내에서 계속 토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대법원 판결 확정 시 강제징용 배상문제가 일본 기업과 개인 간 민사소송에 그치지 않고 한·일 간 또 다른 외교적 갈등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교부는 다른 부처들과 함께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해 법률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 집행하는 등 절차가 진행될 경우 일본 정부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외교적 협의나 국제상사중재위원회 회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우리가 응하지 않을 경우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국제상사분쟁 절차 회부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그동안 양국 간 과거사 보상문제 등을 규정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보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지난해 5월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데 이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대한민국 조약에 대한 해석은 대법원에 있다”며 “대법원 해석에 대해 정부는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1965년 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가 배상청구와 관련해 제출한 8개 항목의 ‘대일청구 요강’ 중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된 부분은 ‘피징용 한국인 미수금’ ‘피징용자 피해 보상금’ ‘기타 청구권’이라고 명시돼 있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도 협정의 미해결 사안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할린 한인, 원폭 피해자 문제 등 3가지만을 거명한 상태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