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쇼 주한 일본대사… 동국대 학생들 설전

입력 2013-11-07 02:26 수정 2013-11-07 07:53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 일본대사가 국내 대학 강연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다 학생들과 설전을 벌였다. 학생들은 “일본은 왜 과거사를 사과하지 않느냐”며 벳쇼 대사를 향해 날선 질문을 쏟아냈다.

벳쇼 대사는 6일 동국대에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한 민간교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한 학생이 “일본의 침략적 과거사에 비춰볼 때 사과와 반성이 없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군사 재무장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국제법에 의해 모든 국가에 허용된 집단적 자위권은 주변 이웃국가가 침략당할 때 함께 방어하는 것으로 다른 국가를 침략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사 사과가 없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다른 학생은 “독일은 나치 범죄를 사과하고 반성하는데 왜 일본은 사과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벳쇼 대사는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본은 이미 1995년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에서 태평양 전쟁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고 답했다.

객석에서 학생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벳쇼 대사는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의 표현이 충분치 않았던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함께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일본 정부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를 지적했고, 그는 “동의할 수 없다”며 “사실적 실수는 없다고 확신한다. 정치 문제 이전에 문화·경제적 교류를 통해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어떻게 과거사 정리 없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나”라며 반발했다.

강연에 앞서 동국대 학생들은 ‘역사에 대한 사죄와 반성 없이 미래를 말할 수 없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일본대사 강연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