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그만 현대차 勞心 실리 찾자
입력 2013-11-07 04:58
제5대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강성 후보들이 전원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현대차 노조는 새 위원장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8일 1, 2위 결선투표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5명의 후보 가운데 강성으로 분류됐던 3명이 모두 탈락해 강성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정치성 파업에 대한 노조 내부의 반발이 많았다. 이런 분위기가 이번 투표 결과로 나타난 셈이어서 현대차 노조가 강경 노선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1위 이경훈 전 노조위원장과 2위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결선투표에서 겨루게 됐다. 이 후보는 전체 투표자 4만2911명(전체 조합원 4만7246명·투표율 90.82%) 가운데 45.42%(1만9489명), 하 후보는 19.25%(8262명)를 얻었다. 이들 2명은 합리적인 노선인 반면 3, 4, 5위를 기록한 후보들은 강성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결과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투쟁 위주에서 처우개선 등 노조원들의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의식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 집행부의 무리한 파업과 ‘귀족노조’라는 비판도 조합원들이 등을 돌린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는 문용문 현 노조위원장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았지만 그와 같은 현장노동조직 ‘민주현장’ 소속의 김주철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이 출마했다가 5명의 후보 중 가장 적은 표를 얻은 데서도 입증된다.
현대차는 현 집행부 임기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55차례의 파업, 잔업·특근거부 투쟁으로 차량 21만5279대를 생하지 못해 노조 설립 역사상 최대 규모인 총 4조4273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의 1년 평균 소득이 1억원을 넘어섰는데도 파업을 반복하는 데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반면 이 후보는 노조위원장 시절이던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임금·단체협약 무파업 타결을 기록했다.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95년과 2009∼2012년을 제외하곤 해마다 파업이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이 후보에게 현대차 노조 사상 가장 많은 표가 몰린 데서 이 같은 조합원들의 정서를 헤아릴 수 있다.
또 후보들 중 가장 취약한 조직력을 가진 하 후보가 다른 강성 후보들을 모두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것도 조합원들이 강성 후보와 집행부를 외면하고 있는 방증으로 보인다.
강성 후보를 지지했던 김모(34) 조합원은 “파업을 하더라도 큰 소득이 없을 뿐더러 이미지만 실추되기 때문에 강성 노조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