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日 재계 협박성 성명
입력 2013-11-06 22:04
日 “양국 경제관계 훼손”
韓 “전범기업 적반하장”
일본 경제계가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이 양국 경제 관계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사태 타개를 요구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가 정계에 이어 경제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인 게이단렌(經團連), 일본 상공회의소 등 경제 3단체와 일한경제협회는 6일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재산 및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며 “한국에서 이뤄진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양국 경제관계를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어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이단렌 등은 또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청구권 문제는 대(對)한국 투자와 사업에 장애가 될 우려가 있으며 양국 간 무역투자 관계가 냉각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경제계의 이례적인 입장 표명은 한국 법원이 잇따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내리는 데 따른 불안감의 표현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첫 판결을 내렸다.
이후 올 7월 서울고법은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파기 환송심에서 원고에게 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부산고법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일본 기업의 경제적 손해가 불가피하다. 신일철주금은 포스코의 주식 지분 5% 등을 보유하고 있어 배상 판결에 불응할 경우 주식을 가압류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대법원 판결 후 이를 국제법 위반으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징용 피해자 소송 대리인인 최봉태 변호사는 “일부 일본 기업이 대법원 확정판결 후 채무이행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경제단체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박인환 위원장은 “조선인 강제동원으로 성장을 이룬 전범 기업이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재계의 단체행동이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오히려 양국 경제발전을 위축시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제훈 남혁상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