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볼로냐市 메롤라 시장 “사회적경제, 시민·공동체가 중심돼야”

입력 2013-11-06 18:55 수정 2013-11-06 23:20


“협동조합을 통한 사회적경제가 경제위기를 견디는 힘이 됐습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민과 공동체가 중심이 돼야 합니다.”

비르지니오 메롤라(57·사진) 이탈리아 볼로냐 시장은 ‘시민경제’로 불리는 사회적경제의 발전 조건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11년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메롤라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6일 개막된 ‘2013 국제 사회적경제 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기조강연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경제를 통한 볼로냐시의 혁신 및 발전 모델을 설명했다.

메롤라 시장은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12% 정도지만 볼로냐는 4%대”라며 “협동조합 등을 기반으로 사회적경제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경제위기 상황을 견디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들이 수익을 다시 내부로 재투자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고 있고 제조업, 건설, 교육, 복지 등 분야에서 실업률을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실제 인구 약 40만명의 볼로냐가 주도인 에밀리아 로마냐 주(州)의 인구는 약 400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1인당 소득은 약 4만 유로다. 경제적으로 유럽에서 10위 안에 드는 주다. 특히 경제활동의 약 40%를 차지하는 협동조합은 그 수만 8000여개에 달한다. 경제활동을 하는 시민 2명 중 1명이 조합원이다.

메롤라 시장은 “지역에 뿌리를 둔 독립적 협동조합이 뭉쳐 거대한 협동조합을 형성한 뒤 수출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있다”며 “세라믹, 바이오, 의료기기 등 분야에서는 산학협력을 통해 고품질 제품을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 저가상품과의 경쟁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회사들의 세계시장 개척을 돕고, 청년취업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지원책도 마련돼 있다.

메롤라 시장은 특히 서울시가 볼로냐의 사회적경제 경험을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시민으로부터’ 시작하는 노력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업·취미·지역별 등 다양한 연합체를 이룬 시민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경제활동 등을 돕는 것이 시의 역할”이라며 “중앙정부나 시정부 등 위로부터 결정되는 정책은 틀림없이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Key Word-사회적경제

빈부 격차와 중산층 붕괴, 실업 등으로 인해 공동체가 붕괴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주체가 돼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공동체 등을 중심으로 생산·소비가 이뤄지는 경제시스템. 이윤 추구보다는 자율적인 운영, 민주적 의사결정, 사람과 노동 우선 등이 특징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