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학상에 진은영·김숨·고연옥·최양희

입력 2013-11-06 18:54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관하는 제21회 대산문학상 시 부문에 진은영(43) 시인의 시집 ‘훔쳐가는 노래’가, 소설 부문에 김숨(39)의 장편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이 선정됐다. 희곡 부문은 ‘칼집 속에 아버지’를 쓴 고연옥(42) 작가, 번역 부문은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영어로 번역한 최양희(81)씨가 수상자로 뽑혔다. 최씨는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였던 최재서(1908∼1964)의 차녀이다. 이로써 올 대산문학상은 전 부문에 걸쳐 여성 문인들이 석권했으며 창작 부문에서는 통상적으로 50∼60대가 수상하던 관례를 깨고 30∼40대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진은영 시인은 “굉장히 문학적인 행운이라 생각한다”며 “소중한 문학적 행운을 힘 삼아 좋은 시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 시인은 “제 시는 누군가의 전범이 되는 종류의 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전범이 되지 않는 문학의 소중함이 있다고 생각하고, 전범이 될 수는 없으나 존재해야 하는 특별한 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저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김숨 작가는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은 처음에 단편으로 시작한 작품이고 침이라는 분비물을 소재로 좀 써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면서 “작품의 주제를 부여한다면 나라는 존재도 그렇고 주변에 공생하는 타인들 모두 다 존귀함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고연옥 작가는 “무대로 향하는 배우들의 손을 잡고 ‘파이팅’을 외치고 스태프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할 수 있으면 그 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한국 연극이 더 나아가고 발전할 수 있도록 역할을 충실히 하는 작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호주국립대 교수를 지낸 최양희씨는 호주에 머물고 있어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부문별로 상금이 3000만∼5000만원이었던 대산문학상은 올해부터 전 부문 5000만원으로 조정됐다. 희곡과 평론 부문은 격년제 심사로 바뀌어 내년엔 평론 부문을 시상한다. 시상식은 다음 달 3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