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 ‘정의’ ‘일치’ 전체회의 내용
입력 2013-11-06 18:30 수정 2013-11-06 21:37
정의 “기도만 한다고 정의 실현되지 않아”
일치 “정의·평화 위해 봉사하며 연대해야”
WCC 총회가 6일 교회의 일치에 관한 성명서를 채택했다. 일치 성명서는 전날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정교회 대표들이 신학적인 문제를 제기해 하루가 늦춰졌다. 성명서는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정의와 평화를 위해 봉사하며 연대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며, 교회들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에서 예언자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표들은 성명서를 채택하면서 “여기에 담긴 비전과 도전적 헌신에 WCC의 회원교회들이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오전에 열린 전체회의는 ‘정의(Justice)’를 주제로 다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품지레 마비젤라 목사(이넬라플러스 책임자)는 “정의를 위한 행동은 선택이 아니라 핵심”이라며 “기도만 한다고 정의는 실현되지 않는다.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정의가 실현돼야 할 구체적인 현장도 소개됐다.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몰린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 경제 위기에 빠진 그리스, 아프리카의 에이즈 문제가 차례로 무대에 등장했다. 투발루의 한 목회자는 “우리는 기후변화를 초래한 어떤 원인도 제공하지 않았지만, 생태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며 “동정이 아니라 연대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말라위에서 온 시린 므불라양도 “에이즈는 하나님의 징벌이 아니라 병일 뿐”이라며 “교회는 모든 오해를 걷어내고 치료에 힘써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사회(차별·소외·성), 경제, 생태라는 세 가지 영역에서 정의가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 WCC의 신학적인 관점이 제시됐다. 자연의 남용과 약자들의 빈곤, 성 차별, 인권 침해 등은 지배와 성장, 탐욕의 논리에 사로잡힌 현대 문명이 낳은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정의에 대한 관심은 WCC의 핵심 가치다. WCC는 교회의 사회참여를 이끌어냈고, 이는 개인구원을 강조해온 복음주의권과는 다른 에큐메니컬운동의 특성이 되었다. WCC는 남아공의 인종차별과 싸웠고, 여성에 대한 강간과 성노예 문제 해결 등을 촉구했다. 한국의 민주화에도 기여했다.
부산=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