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영수증 발급↓ 5만원권 회수↓ 곳곳 지하경제 확산 조짐

입력 2013-11-06 18:27 수정 2013-11-06 22:30


정부가 지하경제(세원이 노출되지 않는 경제) 양성화를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각종 지표를 보면 오히려 지하경제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6일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금영수증 발급건수는 25억6000만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700만건(1.4%) 줄었다. 한국은행 자료를 봐도 5만원권 환수율은 2010년 41.4%, 2011년 59.7%, 지난해 61.7%로 매년 상승하다가 올해 1∼9월 48.0%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이 환수되지 않는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체 지폐 발행 잔액 중 5만원권의 비중은 2년 전 53%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66%로 확대됐다.

민간 최종 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사용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0.6%에서 올해 상반기 90.5%로 약간 줄었다. 세무당국이 민간의 지출내역을 자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이 답보 상태라는 뜻이다.

광의 통화(M2)에서 차지하는 현금통화 비율이 지난 8월 기준 2.7%로 지난해 말보다 0.3% 포인트 높아진 것에서도 경제 주체의 현금보유 성향이 강해졌음이 확인된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 발굴에 적극 나서면서 오히려 현금거래를 선호하고 자산가들이 재산을 현금 형태로 보유·이전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경제가 양성화되지 못하고 커질 경우 5년간 지하경제 양성화로 27조원을 마련해 복지 재원에 충당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지난달 4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석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상당수 여야 의원들이 정부 목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문가들은 세무조사 강화 등 단기간 쥐어짜기식 접근보다는 시스템 개선, 납세자 윤리의식 제고와 같은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건국대 심충진 교수는 “세무조사는 일회성에 불과하고 세수 확보를 위한 과도한 압력은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최근 진척을 보인 현금영수증 발급 대상 확대 등 시스템 개선이나 납세자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