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재벌·전통제조업 넘어야 산다”

입력 2013-11-06 18:27 수정 2013-11-06 22:29


한국경제가 더 이상 재벌과 전통 제조업 위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재벌 위주의 수출 우선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외신에서 제기된 가운데 조선 기계 철강 등 한때 한국경제를 견인한 전통 재래식 업종이 꾸준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한국’ 관련 특별 기사를 통해 “지난 반세기동안 삼성, 현대차, LG와 같은 재벌이 강한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에 이바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몇몇 재벌 기업들이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 와중에 성장 드라이브를 계속 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벌위주 성장 정책은 고용 부진과 중국 등의 도전으로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비용절감과 시장접근성 등을 고려해 해외에 공장을 짓는 등 재벌기업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성장속도가 더 빠르다. 컨설턴트사인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0대 기업들은 해외판매 증가에 힘입어 2000년 이래 매년 13%씩 성장해 왔다. 해외생산 확대는 한국에게 고용없는 성장을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고용의 90%를 창출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발전에 눈을 돌려야 하지만 중소기업을 키우기에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것이 현시점에서 한국이 처한 문제라고 신문은 언급했다. 이런 지적은 국내 전문가들도 공감하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주한 선임연구위원은 “몇몇 자본집약적 산업이 국내경제 성장을 계속 이끌기는 어렵다”며 “강력한 연구개발(R&D)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통 제조업의 후퇴는 시가총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업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5년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1조원 이상 대기업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전기전자·정보기술(IT)과 자동차·부품은 선전한 반면 조선·기계, 철강, 통신 등 전통·재래식 업종은 뒷걸음질쳤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124에서 2030으로 80.5% 상승했고 전체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도 622조원에서 1316조원으로 111.6%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2008년엔 IT·전기전자→조선·기계·설비→철강→통신→석유화학 순으로 시총이 높았지만 지난달 말에는 IT·전기전자→자동차·부품→석유화학→문화콘텐츠 및 정보서비스→조선·기계·설비→철강 순으로 지각 변동이 있었다.

그룹별로는 삼성의 독주가 여전했다. 삼성그룹의 1조 클럽 회원사는 12개에서 16개로 늘고 시가총액 합계는 108조4000억원에서 309조7000억원으로 185.6% 증가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켰다. 기아차는 시가총액이 2조2700억원에서 25조원으로 무려 999.7%의 급성장을 이뤘다. 시가총액 순위도 60위에서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이 기간 KTF, LG데이콤 등 일부 통신업체는 다른 기업에 인수돼 소멸됐다. STX팬오션, 동국제강,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등은 실적 부진으로 시총이 줄며 1조원 클럽에서 탈락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