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비전 2020 달성 시기 앞당길 수 있다”
입력 2013-11-06 18:22 수정 2013-11-06 22:33
삼성전자가 2020년까지 매출 4000억 달러(424조3200억원)를 달성한다는 ‘비전 2020’ 달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업계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서 시장을 창출하고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회사의 체질 개선도 시사했다.
◇성장 모멘텀 자신감=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는 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올해 매출 211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목표를 웃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발표에서 2009년에 비전 2020을 발표할 당시와 현재 매출 추이를 비교한 그래프를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비전 2020 발표 때는 올해 매출을 1500억 달러 안팎으로 예상했으나 삼성전자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매출 4000억 달러는 2020년보다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성장할 여력이 크다”며 스마트폰 시장 둔화로 정체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아직 개척하지 않은 분야가 많고 다음에 성공할 기술과 시장을 찾아내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IT분야와 자동차, 헬스케어·의료기기, 교육 분야 등을 결합해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M&A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권 부회장은 “지금까진 M&A에 소극적이었으나 앞으론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도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M&A를 추진해 핵심 사업을 성장시키고 신규 사업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M&A 대상도 IT 관련 분야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올해 주당 배당금을 보통주 기준 연평균 주가의 1% 수준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만4000원 수준으로 지난해 배당금 8000원보다 80% 정도 늘어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도 매진키로 했다. 현재 직원 32만6000명 중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 4만명, 디자이너 1만6000명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력을 더 늘리고 투자도 강화한다. 이 사장은 “연구개발 투자에서 소프트웨어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플랫폼, 디자인 등의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바일 독주 굳힌다=신종균 인터넷·모바일(IM) 부문 사장은 “올해 갤럭시 시리즈 판매량이 1억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출시한 갤럭시S4와 갤럭시노트3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순조로웠고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보급형 제품 판매도 상승곡선을 그린 덕분이다. 태블릿PC도 올해 4000만대 이상 판매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와 ‘웨어러블(착용) 기기’인 갤럭시 기어, 세계 최초의 휘어 있는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이 제품들이 ‘시제품’이 아니냐는 지적을 의식한 듯 신 사장은 “갤럭시 라운드의 시장 반응은 우리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언급했다.
모바일 기기의 로드맵도 공개됐다. 우남성 시스템 LSI 사업부문 사장은 “모바일 기기용 64비트 엑시노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개발 중이며, 1600만 화소 아이소셀(ISOCELL) 카메라 센서를 내년에 내놓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권 부회장은 “2015년에는 접는(Foldable)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인 콘텐츠 및 서비스 분야 에코(생태)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올해까지 이를 이용하는 고객 수가 2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에는 플랫폼을 개방키로 했다.
◇“생활가전 기회 많다”=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생활가전 시장에서는 아직도 기회가 무수히 많다”고 역설했다. 그는 “UHD TV와 스마트 TV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우리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아주 잘하고 있고 네트워크, 콘텐츠, 서비스 등 모든 부문이 준비가 잘돼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국 브랜드의 저가 전략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 품질과 혁신적인 디자인이 있기 때문에 어떤 도전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생활가전 부문은 지역 특성이 강하고 아날로그적인 측면이 많아 진입장벽이 높고 혁신이 매우 느렸다”면서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런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고 혁신 제품을 내놔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5년 생활가전 전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05년 이후 8년 만에 열린 ‘삼성 애널리스트 데이’에는 권 부회장, 신 사장, 윤 사장 등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과 각 사업부문 대표들이 총출동했다. 행사장에는 전 세계에서 온 애널리스트와 기관 투자가 4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피델리티, 블랙록, 웰링턴, 모건스탠리 등 해외 주요 기관 투자기관과 국민연금,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기관 투자기관이 참석했다.
김준엽 임세정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