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에 모호한 민주… 어정쩡도 전략? 여론 눈치보기?
입력 2013-11-06 18:16 수정 2013-11-06 22:22
민주당이 최근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나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특검 도입 등 정치 현안에 대해 다소 어정쩡한 ‘관망자’의 길을 가고 있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옹호론과 함께 야당다운 결기를 잃어버린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김한길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진당 문제와 관련해 “정부는 처리 과정에서 조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면서도 “통진당도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과 통진당의 입장이 명확히 엇갈리는 사안에 대해 양측을 동시에 비판하는 양비론을 펼친 것이다. 민주당이 정부의 통진당 해산 청구 발표 이후 내놓은 첫 반응도 “재판관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다”는 원론적 문구였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이날 “정당은 국민들의 선거를 통해 심판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이 오히려 민주당보다 훨씬 더 선명해 보인다는 평가다.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태도도 비슷하다. 전병헌 원내대표가 지난 8월 “국정원 특검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진척 사항은 없다. 최근 초선의원 20명이 특검 도입을 요구한데 이어 안 의원까지 특검에 힘을 실었지만 당 지도부는 여전히 원론적 입장이다. 김 대표는 회의에서 안 의원의 제안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이 사실상 장외투쟁을 접고 원내로 들어왔는데도 여전히 서울시청 앞 천막당사를 유지하는 것도 어정쩡한 입장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이런 어정쩡함이 ‘전략적 태도’라는 설명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당해산 심판 청구가 공안정국 조성이라는 인식은 분명하지만 새누리당의 ‘종북 덮어씌우기’를 차단하기 위해 통진당과도 선을 그은 것”이라며 “특검도 어차피 도입될 수밖에 없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가 되면 여당과 협상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쟁만 하는 야당, 발목잡기만 하는 야당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지지층이 제1야당에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공세를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주눅 들어 있다는 비판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현 지도부가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다. 원내외 병행투쟁에서 얻은 게 뭔지 모르겠다”며 “당 지지율이 20% 초반에서 전혀 오르지 않고 있는 것도 어정쩡한 태도 탓으로 대선 때 48%를 지지한 야권 지지층의 마음을 잃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