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검찰 출두] 정치권 아전인수식 해석… 노림수는
입력 2013-11-06 18:04 수정 2013-11-06 22:27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6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이관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출두하면서 여야의 정치적 계산이 분주해졌다.
여권은 문 의원과 친노무현계를 향한 정치적 타격을, 야권은 정치보복 이미지 극대화를 통한 지지층 결집에 각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문 의원 입장에서는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선 자체가 정치적 흠집이다. 현재로선 문 의원이 참고인 신분에 불과해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지만 검찰 수사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청와대 비서실장이었기 때문에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향후 대화록 수사 결과에 따라 문 의원과 친노무현계의 정치적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의원은 검찰 출두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뚜렷한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손해볼 것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민주당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를 소환하라고 주장한 이후 박 대통령과 확실한 각을 세웠고, 핍박받는 야당 지도자 이미지까지 얻었다”며 “정치적으로 이득”이라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문 의원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당 스피커로서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의원이 검찰에서 “여당이 (대화록) 내용을 왜곡해 대통령 선거에 악용했다”고 주장한 것도 “지난 대선이 불공정했다”는 최근 발언과 함께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을 범죄 혐의자 다루듯 소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엄호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사초 폐기 진실을 밝히라”며 문 의원을 공격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문 의원은 모든 사태에 대해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했다”며 “큰 정치인답게 결자해지하라”고 압박했다. 민현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책임 당사자가 검찰 소환에 응해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민주당은 더 이상 편파수사, 정치수사라는 억지 주장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대화록 미이관은 사초를 폐기한 명백한 범죄행위이고, 그 최종 책임에는 문 의원이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불법을 자행한 사람들이 대선 결과에도 불복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또 문 의원과 친노계를 흔들면서 민주당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지속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