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 엇갈린 판결

입력 2013-11-06 18:09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자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 판결이 엇갈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윤인성)는 법원공무원 강모(42)씨의 유족이 “보상금 등을 지급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강씨는 지난 2007년 채권 배당업무를 처리하다 실수로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을 빠트렸다. 국가는 1억9000여만원 상당의 소송을 당했고, 강씨는 5년 동안 소송을 직접 진행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강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지난해 9월 자살했다. 유족은 “강씨가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했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강씨가 불면증과 두통을 호소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자살을 선택한 펀드매니저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펀드매니저 이모(45)씨는 2008년 세계 해운시장의 침체로 선박펀드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지자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냈고, 몸이 수척해지는가 하면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이씨는 2010년 7월 2000억원대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고, 같은 달 자살했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 지급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송우철)는 지난 8월 “선박펀드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던 강씨가 예상치 못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 보기도 힘들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