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같은 중독 산업” VS “창조경제 핵심 콘텐츠” ‘게임중독법’ 딜레마

입력 2013-11-06 17:58 수정 2013-11-07 01:40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게임산업이 때 아닌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정치권에서 ‘게임중독법’ 입법을 추진하면서 “IT 한류의 주역이 중독산업인가”라는 반대파와 “정부 차원에서 부작용을 관리해야 한다”는 찬성파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게임중독법은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4월 30일 대표발의한 ‘중독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말한다. 법안은 인터넷 게임을 알코올, 마약, 사행산업과 함께 중독성 물질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업계와 게임 이용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게임중독법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구 게임산업협회·K-IDEA)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리면서 6일 오전 한때 다운됐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10만6000여명이 동참했다. 이날 신 의원의 홈페이지는 법안에 항의하는 네티즌들이 폭주하면서 접속이 차단됐고, 블로그와 페이스북은 항의와 논쟁 글로 가득 찼다. 일부 글엔 욕설이 섞이기도 했다.

이는 박근혜정부가 게임을 창조경제의 ‘킬러 콘텐츠’라고 부르며 지원을 약속하면서 ‘중독산업’으로 규정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는 실망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는 위기의식까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2011년 이후 국내 게임산업의 성장 지표는 대부분 하락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 수출 증가율은 2011년 48.1%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11%로 급락했다.

K-IDEA 김성곤 국장은 “2011년 셧다운제(이용시간제한)가 시행된 후 성장 지표만 떨어지고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은 줄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라며 “법으로 ‘중독 콘텐츠’라고 규정하면 인력 수급과 투자에서 악영향이 바로 나타나고, 결국 효과는 없이 산업만 죽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인터넷 게임 중독 환자는 약 47만명으로 추산될 만큼 인터넷 게임 중독이 심각한 것도 현실이다. 한국온라인게임중독예방연구소 유우경 대표는 “게임 초기중독 사용자로 판명된 청소년들은 자신이 일반적 사용자라고 착각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며 “국내 게임산업은 육성에만 초점이 맞춰졌지 부작용 관리에 소홀했던 만큼 게임중독법은 꼭 필요한 입법”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많은 이들이 법안의 취지를 잘못 알고 있다”며 “막무가내로 규제를 강화해 산업을 죽이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져 당황스럽다. 게임중독법은 알코올중독은 복지부, 마약은 법무부 등 부처별로 난립한 중독 문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