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에 방문고객 실종… 은행 “마케팅 어쩌나”
입력 2013-11-06 17:57
‘부자가 되려면 은행과 친해져라’라는 말이 있다. 은행에 자주 방문하다 보면 영업점에 붙어 있는 각종 금융상품 포스터를 통해 정보를 얻고 직원과 상담을 하면서 재테크 계획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은 고객이 점포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대면(對面) 마케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인터넷뱅킹이 늘면서 비용은 줄어든 반면 고객들의 점포 방문이 뜸해져 상대적으로 효과가 큰 대면 마케팅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인터넷이 은행에 기회이자 위기인 양면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중 대면거래(창구거래) 비중은 11.6%, 자동화기기(CD·ATM), 텔레뱅킹, 인터넷뱅킹을 포함한 비대면거래 비중은 88.4%였다. 5년 전인 2008년엔 각각 17.8%, 82.2%로 시간이 지날수록 대면거래 비중은 줄고 있다. 반면 비대면거래 중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비중은 꾸준한 증가세다. 2008년 29.1%였던 인터넷뱅킹 비중은 올 6월 32.5%까지 올랐다. 특히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모바일뱅킹까지 늘어 비대면거래는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올 6월 말 현재 모바일뱅킹 등록고객 수는 3131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11.5% 증가했다.
은행들은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우선 ‘고객이 원할 때 원하는 서비스를 받도록 하자’는 대응 전략을 세웠다. 영업채널과 비대면채널의 역할을 정해두고 고객이 채널에 맞춰 서비스를 받도록 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이 인터넷(혹은 모바일)으로 상품을 조회하다 가입하고 싶으면 영업점을 찾지 않아도 공인인증서 등이 있을 경우 바로 가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편의성을 높임과 동시에 고객이 영업점을 찾지 않아도 상품을 소개받고 상담 받을 수 있도록 전화나 영상을 활용하기도 한다. 신한은행의 경우 조회나 문의를 위해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를 했을 때 상품도 소개받을 수 있도록 마케팅 프로세스를 상담에 접목시키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스마트폰, PC, 영상전용부스 및 ATM 등을 이용해 은행 직원과 영상으로 상품소개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고객 성향에 맞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ECRM(Electronic Customer&Relationship Management·인터넷고객관계관리)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고객이 30대 직장인이라면 재형저축이나 직장인우대저축을 소개하는 식이다. 은행들은 타기팅(targeting)을 더 정교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방식보다는 분명히 마케팅 효과가 있지만 실질적인 상품 가입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 소비자들이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성향을 보여 은행 직원과 안면을 트고 믿음이 쌓여야 가입하는 경향이 있다”며 “ECRM의 마케팅 효과는 분명 있지만 초기단계에서 손익효과는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