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로 옷·구두 쇼핑… 어린이집 비리 불감증
입력 2013-11-06 17:56 수정 2013-11-06 22:41
경북에 있는 H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 급식비와 간식비로 집에서 쓸 도자기와 주방세트를, 교재·교구비로는 옷과 구두를 샀다. 근무하지 않는 교사 3명(보육 2명·보조 1명)과 다니지도 않는 아동 13명을 거짓으로 등록해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시 S어린이집은 영유아 21명을 무더기로 허위 등록해 보육료 525만원을 챙겼다. 또 겸직 금지 대상 어린이집인데도 원장이 보육교사를 겸해 수당까지 받았다. 같은 지역 K어린이집은 더러운 냉장고에 유효기간이 표기되지 않은 음식재료를 보관하다가 적발됐다. 이 어린이집의 차량 운전기사와 외부 강사에 대해서는 건강검진 및 성범죄 경력 조회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6월 7일∼8월 9일 지자체와 함께 전국 어린이집 600곳을 특별 점검한 결과 216곳에서 보조금 부정수급, 안전관리 소홀 같은 위법 사례 408건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점검 대상이 된 어린이집 600곳은 사전 모니터링 결과 부정이 의심되는 곳이었다.
가장 많이 적발된 건 회계부정이다. 어린이집 운영비를 사적 용도로 지출하거나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78곳이 걸렸다. 이외에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거나(54건) 교직원·아동을 허위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부정수급(52곳)한 곳도 많았다. 원장이 교사를 겸직하면서 교사 배치기준을 위반하는 일(47곳)은 흔했고, 교사 채용 때 반드시 해야 하는 건강검진이나 성범죄 조회를 하지 않은 어린이집(40곳)도 부지기수였다.
복지부는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적발된 어린이집에 대해 보조금 환수와 어린이집 폐쇄, 과태료 부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내리고 지자체에는 사법당국에 고발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경북 H어린이집과 용인의 S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원장 자격정지, 보조금 환수와 함께 운영정지 또는 폐쇄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모와 어린이집이 함께 짜고 아동을 허위 등록한 경우에는 해당 학부모도 함께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