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경원] 보험연구원이 향우회?… 황당한 항변
입력 2013-11-07 04:59
“보험연구원에 국가기관과 유사한 잣대를 댄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향우회 임원이 회비로 고기를 먹고 술을 마시면 그 향우회는 부도덕한 모임입니까?”
보험연구원의 경영실태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종합감사 결과가 보도(국민일보 11월 5일자 13면 참조)된 뒤 보험연구원의 많은 구성원들은 본보에 억울하다는 의견을 전해 왔다.
보험연구원은 금융위의 허가를 받아 만들어지긴 했지만 엄연한 민간 기관이기 때문에 당국의 지적은 부적절하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업무추진비 예산이 골프장에서 집행돼 기관경고 조치가 내려진 점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심지어 연구원의 성격을 향우회에 빗대기도 했다.
한 연구원은 금융위가 감사를 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금융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기자에게 “특정 기관의 명예가 훼손된다면 누구의 책임이냐”며 “좀 알고 글을 쓰면 좋겠다”고 했다.
보험연구원 구성원들이 금융위의 감사 권한과 명예 훼손을 운운하고 있지만 금융위의 시각은 달라 보인다. 금융위는 “민법상 비영리단체는 주무 관청에 등록을 하게 돼 있고, 관청은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이 이뤄지는지 감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연구원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이번 종합감사는 민법 제37조 및 비영리법인 설립·감독규칙(총리령) 제9조에 따라 이뤄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산하 기관들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호 보험연구원장은 6일 기자를 만나 “보험사들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보험연구원이 금융위의 감사를 받을 근거는 충분하다”며 “감사 결과에 불복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평일에 골프장에서 예산이 집행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성과급 지급체계 등은 내년부터 즉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 건 원장뿐인지도 모르겠다.
이경원 경제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