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살아나는데… 한국 증시에는 ‘양날의 칼’
입력 2013-11-06 17:49
세계경기의 호조 분위기가 국내 주식시장에 안도와 고민을 동시에 가져다주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업황이 최근 살아나면서 국내 수출에 호재로 작용,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석달 가까이 국내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린 미국 양적완화 기조의 변화를 촉진할 수밖에 없어 최근의 유동성 장세에 조정 빌미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은 10월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1포인트(기준치 50)를 기록해 전월(51.8포인트)보다 0.3포인트 상승,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 요인별로는 출하가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지만 신규 주문과 고용이 각각 0.4포인트, 0.6포인트 오르면서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JP모건 PMI는 32개국 제조업 업황을 조사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비중에 따라 이를 지수화한 것이다.
KB투자증권은 6일 통상 JP모건 PMI가 기준치를 상회할 경우 1∼2분기 시차를 두고 물동량이 증가해왔으며 이는 국내 수출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KB투자증권 문정희 선임연구원은 “국내 경제 구조가 수출 의존도가 높고 코스피 업종에서도 수출업종이 높은 시총을 차지하기 때문에 글로벌 PMI 상승으로 물동량이 증가하면 수출 경기와 주식시장 상승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보면 ‘미국 등 글로벌 경기 회복→국내 수출 호조→주가 상승’이라는 구조가 공식대로 굴러갈지는 미지수다. 우리 주식시장이 실적보다는 미국의 양적완화에 의존하는 유동성 장세 형태를 보여왔는데 미국의 양적완화는 호경기에 축소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경기는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업무중단) 여파가 무색하게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10월 비제조업 PMI가 55.4를 기록했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54를 웃돈다. 앞서 10월 제조업 PMI는 56.4를 기록,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온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는 비상대책의 성격이 강한 만큼 경기가 회복되면 축소가 불가피해진다. 미국 경제가 올해부터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올 4분기 내 양적완화 축소가 예상됐지만 셧다운 및 부채협상 등으로 인해 내년 초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았다.
이상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10월 미국 경제지표 호조는 셧다운이 미국 경제에 미미한 영향을 줬다는 의미”라며 “미 연방준비제도의 12월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이는 우리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