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심판 심리 돌입] “헌법의 정당해산 규정, 정당보호 목적에서 마련됐다”

입력 2013-11-06 17:48 수정 2013-11-06 22:21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헌법재판소가 9년 전 발간한 위헌정당 해산심판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재 관계자들은 선례가 없는 정당해산 심판을 심리하는 데 있어 보고서가 중요한 참고자료로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헌법의 정당해산 규정은 ‘정당보호’ 목적=2004년 헌재의 의뢰로 발간된 ‘정당해산심판제도에 관한 연구’는 헌법상 정당해산 규정이 정당을 보호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전제했다. 과거 건국헌법은 정당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 결과 1958년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이 당시 공보실장의 등록취소 처분으로 강제 해산됐다.

우리 헌법의 정당해산 규정은 정부에 의한 야당 탄압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반성적 성찰에서 마련됐다. 정당해산을 위해서는 헌재의 결정을 꼭 받도록 해 정당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당시 연구팀은 “정당해산 조항은 ‘정당특권’을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때문에 정당해산 심리 과정에서 구체적인 증거들을 통한 헌재의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위헌 활동’과 연계돼야=연구팀은 이런 맥락 속에서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정당이 헌법이 정하고 있는 기본원리와 상충하는 목적을 천명한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을 해산시키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 통진당의 강령·공약 자체만으로 문제 삼기는 힘들다.

연구팀은 목적을 실현하려는 정당의 구체적인 활동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정부가 헌법에 반하는 통진당의 활동으로 지목한 것은 RO의 내란음모 혐의와 ‘일심회’ 사건 등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활동의 주체와 내용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진당은 구성원들의 개별적인 행동까지 책임질 의무가 없다. 정부는 100여명의 RO 조직원들의 내란음모 행위를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비호했기 때문에 구성원의 개별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통진당 측은 앞으로 진행될 심리에서 RO와 통진당을 구분하는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활동의 내용에 대해서도 조직적인 폭력이 동원됐는지를 두고도 견해가 나뉘었다. 연구팀은 폭력 행사에 의하지 않았다면 설령 행위가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 해도 정당해산의 요건은 되지 않는다고 봤다. 통진당 사건의 경우 폭력적 방식의 내란을 음모한 RO의 혐의가 폭력 행사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실질적 위협의 정도를 살펴야 한다. 연구팀은 조직의 범위와 강도, 당원의 수 및 공적인 활동 측면에서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면 굳이 해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의 책임자였던 이성환 한국교육법학회장은 “독일 사례를 보면 전혀 능력도 없는 정당이 ‘나치를 부활시키자’고 떠들어대도 국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할 때는 그냥 놔둔다”고 말했다.

정현수 문동성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