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심판 심리 돌입] 별도의 연구팀 구성… 3000쪽 넘는 법무부 제출 기록 검토 시작
입력 2013-11-06 17:48 수정 2013-11-07 01:57
통합진보당의 존폐를 결정할 헌법재판소 심리가 시작됐다. 정당해산심판 관련 헌법재판소법 조항은 55~60조 단 6개에 불과하다. 헌재 25년 역사에서 활용된 적이 한 번도 없다 보니 기존 판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존립 가능한 정당에 대한 최초의 기준을 정립한다는 의미도 있는 셈이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6일 오전 전체 헌법재판관회의를 소집해 사건배당 문제와 향후 재판진행 방향 등을 논의했다. 박 소장은 출근길에 ‘해산 심판을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냐’ 같은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헌재는 오후 2시 무작위 전자 추첨을 통해 이정미 재판관을 주심으로 정했다. 헌재 연구관들로 구성된 특별연구팀은 법무부가 제출한 3000쪽 이상의 청구서, 증거자료 등에 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정당해산 심판은 구두변론이 원칙이다. 이번 사건도 공개변론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증거 제출, 증인 신문, 참고인 조사 등이 이뤄진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도 7번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법무부는 변론 절차가 시작되면 통진당의 위헌성을 뒷받침할 증거자료로 이석기 의원 수사기록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해산 심판을 청구하면서 이 의원이 총책인 혁명조직 ‘RO’와 통진당을 동전의 양면으로 평가했다. RO 조직과 통진당을 동일하게 볼 것이냐의 문제는 재판에서 가장 치열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때문에 헌재가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의원의 유·무죄 확정 때까지 선고를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헌재 사건은 법리적 문제 외에 재판관의 성향이 판단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 9명의 재판관은 모두 고위 판검사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전반적으로 보수적이란 평이다. 재판관 중 6명은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 새누리당 추천으로 임명됐다. 박 소장과 안창호 재판관은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모두 공안 분야에 정통한 인사다.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이진성·김창종 재판관은 보수 성향의 양 대법원장이 각각 지명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여야 공동 추천을 받았고, 김이수 재판관은 민주당 몫으로 임명됐다. 김 재판관은 과거 민청학련 사건으로 64일간 구금이 됐다 풀려난 경력도 있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정미 재판관은 사법연수원 기수(16기)로는 재판관 중 가장 후배지만 박 소장을 제외하면 최선임 재판관이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보수적이고 기존 사회질서 유지를 옹호하는 내용의 의견을 많이 냈다는 평가도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